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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세계化시대]①`30년 황금기` 종말을 고하다

  • 2013.10.18(금) 11:16

脫세계화 추세가 최근 이머징 위기 초래
자본통제·보호주의 만연 `새드엔딩` 재연 우려

세계를 돌고 돌면 별처럼 많은 형제, 알고 보면 우리들은 지구마을 한가족(동요 지구마을 中).동화 속에서 나올 법했던 지구마을은 이제 상상 속이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됐다. 바로 세계화(Globalization) 덕분이다. 세계화는 근 30년간 지구촌을 풍요롭게 했다. 각종 장벽을 허물자 전혀 보이지 않던 부(富)가 생겨났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여전히 국경을 너머 사람과 물건들이 바삐 오가지만 각국은 보이지 않는 빗장을 건 채 상대를 확인한 뒤 문을 열어준다. 거래를 하더라도 좀 더 유리한 쪽을 고른다. 탈세계화(Deglobalization) 바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탈세계화가 글로벌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권역을 나누고 편을 가르면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 합종연횡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에 동참했던 한국도 탈세계화 흐름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면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편집자주]

 

최근 모간스탠리는 1913년이 187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화의 첫 황금기가 끝난 시기였다면 2013은1980~1990년대 시작된 세계화의 두번째 황금기가 종말을 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딱 100년만이다. 요아힘 펠스 모간스탠리 글로벌 경제 리서치헤드는 "이로 인해 과거처럼 전쟁이 터지진 않겠지만 경제활동과 자본흐름을 막는 탈세계화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탈세계화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특히 지난 여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이머징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머징의 존재 가치를 높이며 세계화를 더욱 빛나보이게 했던 유동성의 홍수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가 진리라 믿었던 이들의 신념이 흔들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세계화, 화려한 뒤안길로?

 

근 30년간 전 세계는 '세계화'의 과실을 마음껏 누렸다. 전 세계적인 부의 확산과 생산성의 증가는 세계화의 값진 산물이다. 소비자들에겐 더 저렴한 상품을, 기업들에게 더 큰 활로를 열어준 것도 세계화였다. 세계화 덕분에 해외투자 역시 일상이 됐다. 권력을 움켜졌던 주요 국가들은 서로 협력했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도 힘을 보탰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경제는 성장 속도를 한껏 높였고 전례 없는 신용이 글로벌 수요를 키웠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도 이 때다. 이머징 아시아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빈곤에서 벗어난 이들은 소비대열에 합류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전후로 서서히 균열이 감지됐다. 개방의 물결이 느려지고 다시 장벽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 세계화의 산물=세계화 붕괴 원인?

 

세계화의 산물중 하나로 '그레이트 모더레이션(대안정기: Great Morderation)'이 있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낮은 성장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 기간동안 비용이 적게 드는 이머징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투자자들도 이머징 시장에서 고수익을 좇았다. 세계화 덕분에 이머징은 상당한 덕을 봤고 부의 재분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그 사이 제조기지 없이 소비만 하면서 부채를 키우고 저성장의 덫에 빠진다. 선진국 국가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우열을 구분하기도 힘들어졌다. 세계화의 부작용인 셈이다.

 

중앙은행들의 풀어낸 막대한 유동성 또한 여기에 기여했다. (세계화에 힘입어) 더  좋아진 경제정책과 효율적인 글로벌 시장으로 안정적인 성장 시대가 도래했지만 풀려나간 유동성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됐다.

 

결국 거품은 터졌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앙은행들은 저금리가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희망하고 있지만 신용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며 헛바퀴가 돌고 있고, 충격을 흡수할만한 완충재도 예전같지 않게 됐다. 이런 선진국의 부진은 이머징에 다시 영향을 주고 있다. 세계화로 이들이 이미 연계돼 있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약화된 대외수요는 이머징에도 다시 타격을 줬고 세계화의 연결고리는 다시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 세계화의 적 자본통제와 보호주의의 만연

 

이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전 세계 자본흐름은 지난 2007년 11조달러에서 지난해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부는 경기침체 영향이겠지만 규제의 결과도 큰 몫을 했다. 자본통제는 환율을 방어하려는 신흥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감지됐다. 제2의 환율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자본통제는 자국 금융시스템을 위기에 덜 취약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금융개방이 약해질수록 국내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자국에 저축된 돈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나라 안에서만 맴돈다.

 

▲ G20 국가들의 근린궁핍화정책 건수(출처:GTA)

 

보호주의 역시 부활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제로 표면적인 관세는 줄었지만 각국 정부들은 국내 보조금이나 안전 요구 등 교묘한 방법으로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다. 민간 독립 감시기구인 세계무역경고(GTA)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400건이 넘는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들이 발생했고 계속 증가 중이다. 싱크탱크인 피터슨연구소도 지난 2010년 자국 내에서 해외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각종 조치로 인해 드는 비용이 930억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이번에도 새드엔딩?

 

이런 탈세계화의 결말은 과거에도 좋지 않았다. 사이먼 존슨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도 수년전 탈세계화로 인해 전 세계가 '잃어버린 십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선 펠스 모간스탠리 리서치헤드는 탈세계화로 인해 부의 재분배가 다시 진행되면서 극심한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가 다시 이동하면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 국가와 지역들 사이에서 분쟁을 야기할 것이란 논리다. 그동안 양적완화로 풀렸던 돈이 신흥국 시장의 부를 만들어냈지만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면서 이머징 시장이 요동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했다. 펠스는 전 세계 경제가 탈세계화를 향해 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글로벌 경제와 시장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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