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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세계化시대]③`고래싸움`서 살아남으려면

  • 2013.10.20(일) 08:10

G2 아태지역 패권싸움 갈수록 심화 `한국 딜레마`
투자환경 변화 주시해야..`수혜 예상국` 선점 필요성도

이달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평소 같으면 미국이 중심에 있었겠지만 올해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정지(셧다운)로 발이 묶이며 불참한 가운데 단연 돋보인 사람은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미국은 APEC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앞당기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왔고 이날도 존 케리 국무장관이 대신해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곧바로 연설에 나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환태평양 국가 모두가 이익을 보는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포함돼 있지 않은 TPP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중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부재와 시 주석의 발언을 전하며 올해만큼은 APEC이 시주석의 차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도 오바마의 불참으로 미국의 손해를 봤다고 우려했다.

 

중국과 미국의 기싸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형이다. 최근 들어서는 그 무대가 아시아로 옮겨왔다. 중국은 자국과 인접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공을 들여왔고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자 한동안 아시아에 소홀했던 미국도 나섰다. 중국의 약진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틈바구니 안에 바로 한국이 속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APEC 회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싸움 사이에서 한국의 고민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 한국의 경제 영토의 국경을 어떻게 그어갈지 결정지을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 RCEP와 TPP 사이에 놓인 한국

 

한국 역시 경제블록을 이리저리 끼어맞추는 합종연횡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 등 주요 지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개별국가와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에 있는 한·중·일 FTA 외에 이들 3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협정(RCEP)이나 미국과 일본, 칠레, 태평양 연안국가들이 포함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 등이 주목받는다. TPP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4%에 달하고, RCEP는 30%에 육박한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모색해야 할까. 그동안 다자간 FTA보다 특정 국가와의 FTA에 치중한 만큼 새로운 시류에 올라타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구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RCEP 협상 당사국엔 포함돼 있지만 TPP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TPP에 속한 국가들 중 이미 FTA를 체결한 국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TPP에 일본도 참여를 공식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익이 적을 것으로 여겨졌던 상황에서 일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아직 한국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호주, 캐나다, 멕시코 뉴질랜드 등에서 무역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고 우리로서도 일본에 내주는 것이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RCEP는 중국과 아세안이 주도하는 반면, TPP는 미국이 주도하면서 2개 협정은 G2간의 패권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한국이 TTP 참여할 경우 중국이 거부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 TPP는 미국이 아태지역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복안이 깔려있다. 중국 역시 선진국들이 중국을 고립시켜 시장개방을 압박하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RCEP를 통해 단순한 교역확대 뿐아니라 영향력을 넓히려는 목적이 다분하다.

 

일단 수출비중만 따진다면 RCEP가 50%에 육박하며 훨씬 높다. TPP는 일본을 포함해 32.4%다.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RCEP와 TTP외에 미국과 유럽이 추진 중인 환대서양경제동반자협정(TTIP) 등 3대 FTA까지 포함할 경우 한국이 수출하는 비중은 73%에 육박한다.

 

◇ 생존법 모색 시급


한국으로서는 얻을 것은 얻되 G2 더 넓게는 일본까지 포함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패권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쟁국들의 FTA 확대는 결국 기존에 한국과 EU,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FTA의 선점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 이들 FTA가 마무리되면서 아시아태평먕 지역의 투자환경이 좋아진다면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것 역시 취해야 한다. 새롭게 체결되는 FTA 체계 안에서 생산거점을 효율화하거나 환경이나 기술 규제 등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권 합종연횡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나라들도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등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더욱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삼성증권 역시 이런 맥락에서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주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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