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나섰다. M&A에 나서는 증권사에겐 당근을 주고 돈은 못벌고 빚에 허덕이는 증권사들에게는 강한 채찍을 내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대책이 나오자마자 실효성에 대해 벌써부터 의문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과연 실제로 증권업계에서 M&A의 마중물 역할을 할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증권사 숫자를 줄이는데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M&A 촉진 위한 방안 마련..당근·채찍 동시 제시
지난 주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증권사 M&A 촉진 방안의 핵심은 잘 나가는 증권사들의 M&A를 독려하고 실적이 부진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철처히 구조조정 칼바람 속으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M&A로 늘어나게 되는 자본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가 커지고 부실한 증권사를 가르는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기존에 M&A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 방안도 담겼다. 전문가들도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마련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소형 증권사가 난립한 상황에서 이들의 수익구조가 천편일률적이기 때문에 규모를 키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M&A에 나서는 증권사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는 피인수 증권사 지분 33% 이상만 인수하면 되고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가가 크게 낮은 만큼 투자자금 부담도 크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자기자본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 증권사들은 상당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자기자본이 2조원대인 신한금융투자나 미래에셋증권이 경우 50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종합금융투자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 실효성 의문..`증권사 수익` 제고가 관건
그러나 증권사들이 M&A에 실제로 활발하게 나설지, M&A를 통해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나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주기엔 부족하다. 먼저 금융위가 제시한 유인책들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새로운 라이센스를 부여해 M&A를 유도하려는 취지인데 라이센스 자체가 크게 희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라이센스는 이미 다양한 선발 진입자들이 존재하고 수익을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며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는 대형사 안에서도 이미 과점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저축과 관련된 개인연금신탁만 해도 이미 보험, 은행, 증권에서 판매 중이고 가입자 증가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비용절감에 급급한 상황에서 M&A로 생겨나게 되는 고정비나 고용승계 부담을 감내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철호 한국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M&A에서 고려됐던 사항은 브로커리지 결합을 통한 시너지나 신규진입 목적이 대부분이었고 금융위기 이전에 증권업이 유망산업으로 손꼽히던 시기에 이뤄졌다"며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업무들이 실질적인 메리트가 될지 아직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 피인수 증권사 유인책 없어..퇴출도 많지 않을 듯
상황이 좋지 않은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건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M&A 대상이 될 수 있는 증권사들에게도 유인이 필요한데, 이번 정책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금융위는 NCR 150%에 더해 2년 연속 적자와 레버리지 비율 900% 이상인 증권사도 적기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금융위 분석에 따르면 2년 연속 적자인 증권사는 10개사에 달한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900% 이상인 요건까지 동시에 충족하는 증권사를 찾기 힘들어 실제 증권사 퇴출로 이어지는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철호 연구원은 "적기시정조치 요건 강화는 M&A 압박보다는 레버리지 억제용으로 보여 한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M&A를 결정하는 증권사 대주주 압박보다는 적자를 내지 않도록 임직원들을 압박하는 규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수자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는 존재하지만 피인수자에게는 규제만 있고 인센티브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거래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합의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