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깜짝 선물로 바통은 이제 자넷 옐런 신임 연준 의장에게 넘어갔다. 이미 옐런의 정책이 버냉키 현 의장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점쳐졌고 버냉키 의장이 임기 만료에 앞서 테이퍼링까지 개시해주며 옐런 신임의장은 상당부분의 짐을 던 상태다.
다만 상황에 따라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연준이 유동성을 거둬들이되 한쪽에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연준이 저금리 유지를 위해 물가상승률 2%라는 조건을 달면서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부쩍 커지게 됐다.
◇ 옐런, 시장소통 지속 `과제`
연준이 자산매입을 축소한 것 외에 시장을 위협할 만한 요소는 많지 않아 보인다.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대신 포워드가이던스를 완화한 것에 더해 이미 초과지준부리율(IOER) 인하와 환매조건무채권(RP)과 단기 국채 매입을 통해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
연준으로서는 재정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경제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듀레이션(보유채권 만기)을 지금보다 짧게 가져가려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결정자 입장에서는 장기금리보다는 단기금리를 통제, 관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이란 점을 너무 강조할 경우 또다른 리스크를 지게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3~2006년 사이 연준은 단기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자산시장에서 불필요하게 위험선호를 과도하게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따라서 경제 회복을 꾀하는 동시 지난 여름 겪은 큰 부침처럼 시장 소통 실패를 줄이고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옐런 의장의 핵심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 추이(출처:NYT) |
◇ 물가에 관심 고조..`인플레 가늠자`
전문가들은 테이퍼링 개시에도 불구, 연준이 어느정도 수준까지 실업률이 내리고 물가가 오르기 전까지는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자산매입이 매달 축소되면 내년 한해 1조달러가 넘는 규모가 시장에서 흡수되지만 경기회복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감축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는 매달 나오는 고용지표나 물가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시장에서 흡수되는 유동성은 경기회복에 따른 자금 선순환이 어느정도 대체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준은 실업률이 6.5%를 밑돌더라도 물가상승률이 2% 하단에 머물면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보면 물가가 오르면 긴축에 나서야 함을 함의한다. 다시 인플레 혹은 디플레 파이터로서의 연준의 면모가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낮은 인플레 수준이 유지되면 연준의 테이퍼링이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인플레가 생각보다 빨리 꿈틀댄다면 연준에는 반갑지 않은 신호다. 따라서 인플레 지표의 시장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고 물가 추이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KB투자증권은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는 만큼 디플레이션과 관련한 우려도 공존하기 때문에 테이퍼링 속도는 예상보다 더 천천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증권은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가능성이 낮은 내년 상반기까지 우호적인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