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새로 쓰는 투자 지침서]①그 많던 개미는 어디에

  • 2014.02.14(금) 09:43

개인투자 비중 급감.."투자 외도 아니라 외면"
직접투자 풍토 점점 사라지고 패러다임 변혁중

# 김진수(48·가명)씨는 월급을 쪼개 매달 주식을 샀다. 작전주나 테마주가 아니라 나름 괜찮다고 판단하는 중견기업 주식들이다. 손해를 볼 때도 있고 가끔은 목돈을 만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 팔 주식을 찾는 재미 또한 꽤 쏠쏠했다.

 

# 이정호(42·가명)씨는 첫 아이가 태어난 후 아이 이름로 매달 20만원씩 적립하는 펀드를 들었다. 큰 돈을 기대하기보다 아이 학비에 요긴하게 쓸 요량으로 적금보다는 그래도 이자를 더 주겠지 싶어 선뜻 펀드를 선택했다. 주변에서도 적금보다는 펀드가 대세라고들 했다.

 

두 투자자의 이야기는 2014년 지금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10여년전의 얘기다. 한국 주식시장이 완연한 활황기에 돌입하기 훨씬 전이었지만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10년 뒤 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투자 성과는 어땠을까. 김진수 씨는 현재 주식투자를 전혀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가 닥치고 증시 오름세가 예전만 못하면서 주식에 시들해진 것이다. 몇번 다시 주식을 매수해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으면서 주식과 멀어졌다.

 

이정호 씨의 상황은 좀더 우울하다. 근 10년전부터 적립해온 아이의 펀드 수익률은 크게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기로 한동안 부침을 겪은 탓에 은행 복리 이자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라리 적금을 들 걸"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한국의 주식투자 지형도가 확 바뀌었다.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사그라들었고 소신껏 종목을 선택해 '액티브'하게 투자하는 이들도 예전보다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유가증권 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한때 60%를 넘나들었지만 40% 초반까지 쪼그라들었다. 신용융자금이나 고객예탁금의 추이변화도 뚜렷하다. 지난 1월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5조5000억원대로 지난해 12월 6조원 수준보다 10%이상 줄며 지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 및 주문건수(출처:한국거래소)

 

증시가 등락을 지속하는 가운데서도 회전율은 줄곧 내리막길만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증시 회전율은 99.4%로 사상 최저수준을 경신했다. 지수가 오르더라도 투자자들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과거 박스권이나 급락장에서도 개인 투자비중이 늘어난 적이 있던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증시 침체를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 이유로 치부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한다.

 

뒤따르고 있는 이유들 또한 각양각색이다. 먼저 가계대출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하고 과거만큼 저축을 하거나 여윳돈을 굴리기가 쉽지 않아지면서 증시에 들어올 자금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참여가 현저하게 줄어든 이유도 있다.

 

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수단으로서 주식이 상당히 매력을 잃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단순히 시장이 크게 오르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흥미를 아예 잃게 된 것이다. 투자 외도가 아니라 외면이라면 상황은 심각하다. 이는 결국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거래를 줄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에 등을 돌리고 있다. 설사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직접투자보나는 펀드, 종목보다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좇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주식형 펀드에 대한 절대적인 관심도 시들해졌다. 국내보다는 해외 쪽에 더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유독 개인투자자들의 설정액이 줄어들고 있다. 당장 정부가 장기소득공제펀드나 펀드슈퍼마켓 등 펀드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주식형 펀드로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다시 오르고 개인투자자가 증시로 복귀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양상이 재현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주식투자 자체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 양상은 분명 과거와 같을 순 없을 것"이라며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상품 위주의 투자가 일반화되고 직접투자 외에 방법이 다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주주를 구분하는 기준이 기존보다 더 낮아지면서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주식을 던진 이들도 많았다"며 "소위 `큰 손`들도 개별주식에 대한 직접투자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면서 수급 악화로도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