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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하든말든'..무시당하는 국민연금 의결권

  • 2014.03.07(금) 10:23

국민연금 1년2개월간 211곳 의안 반대
7개(3.3%) 기업만 국민연금 반대표 '수용'

국민연금 기금은 주식시장에서만 100조원을 굴리는 ‘큰 손’이다.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 수만 218개(2012년 기준)에 이른다. 수익률 제고를 위한 단순 투자지만, 의결권을 가진 만큼의 목소리도 낸다. 최근엔 투자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강화하며, 그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국민연금이 내는 목소리는 무시하면 그만이다.

“오리온의 이화경 부회장과 강원기 대표, 오재욱 감사의 이사 선임을 반대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작년 3월 열린 오리온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이 부회장과 강 대표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 불충실’을, 오 감사는 장기재임(2003년 선임)을 문제로 지적했다. 감사보수한도(1인 보수한도 5억원)도 상승폭이 과도하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의안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오리온 지분(5.98%)을 보유한 주주(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오리온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연금 기금을 주주로 둔 대다수의 기업들에게 주주(국민연금)의 목소리는 하나 마나 한 ‘잔소리’에 불과했다. 7일 비즈니스워치는 작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내역을 분석했다. 그 결과, 1년2개월간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기업은 211곳(중복 포함)이었다. 이중 국민연금의 ‘반대’가 수용된 회사는 7곳(3.3.%)에 불과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반대의사를 밝힌다”며 “최대주주가 존재하는 회사에서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관철되기는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반대표를 던진 의안은 ‘이사·감사 선임 의안’이었다. 총 130개 기업(중복 계산)의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반대 사유는 ▲한 회사에서 재직 연수가 10년 초과 ▲과도한 겸직 ▲이사회 참석률이 60% 미만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이다.

KCC의 전신인 '금강'부터 재직연수가 40년이 넘는 정종순 이사는 지난해 KCC 사외이사로 3연임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기소된 이력을 지닌 문덕규·김창근 씨도 각각 SK네트웍스와 SK이노베이션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국민연금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에 오른 대표적인 예다.

대기업 총수들의 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반대했다. 현정은(현대그룹), 조양호(한진), 신격호·신동빈(롯데), 이웅열(코오롱), 이재현(CJ) 등의 회장은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다.  

130개 기업 중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를 수용한 곳은 대우건설과 화일약품 단 2곳에 불과했다. 대우건설은 올 1월 권태균 전 조달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 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한 국민연금 안을 수용해 선임하지 않았다.

정관변경 반대가 두 번째로 많았다. 국민연금은 총 89개 기업의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1월 동아제약의 분할을 위한 정관변경에 대해 반대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강행해 분할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한국타이어, 휠라코리아, 인탑스 등 4개 기업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를 반영해 정관을 변경하지 않았다.

또 국민연금은 ‘과소 배당’을 이유로 ‘재무제표 승인 의안’에 대해 총 8개 회사의 주총에서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이사·감사보수한도(6곳), 주식매수선택권(3곳), 임원퇴직금지급(3곳), 무상증자(1곳), 자사주매입(1곳) 등의 의안에도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찬성의사를 밝힌 회사도 있다. 대표이사 후보 중 국민연금이 지지하는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로 다섯 차례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찬성하는 후보가 사장이 된 사례는 드물었다. 한전KPS, 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은 모두 국민연금이 `찬성하지 않는 후보`가 사장, 이사에 선임됐다. ‘전문성’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밀었던, 한전기술의 박구원 사장만이 국민연금의 뜻대로 사장에 선정됐다.

 

☞ 늘어나는 국민연금 '반대'

 

국민연금 의결권 반대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국민연금 의결권·주주권 강화 방안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반대 비중은 2.7%(2005년)에서 17%(2012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아래표 참조)

 


☞ 2013년1월~2014년2월 국민연금 '반대표' 받은 기업 211개(중복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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