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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핫이슈]①주주는 배고프다

  • 2014.03.10(월) 11:06

韓 G20중 가장 낮아..위기이후 배당률 감소 뚜렷
배당금 늘었지만 배당기업 줄고 배당률도 떨어져

바야흐로 주주총회의 계절이다. 지난주 12월 결산 상장법인 33개사를 시작으로 서막을 알린 올해 주총은 이번주 133개사가 집중되며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주총 이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트랜드는 주주권리 찾기의 강화다. 특히 투자자들은 배당 증액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2014년 주총 핫이슈를 짚어본다.[편집자]

 

# 지난 1월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일회성 요인이 컸다. 직원들에게 20주년을 기념해 통 큰 성과급을 지급한 탓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투자자들로부터 꽤 따까운 시선을 받았다. 평소 배당에 인색해온 터라 주주들 입장에서는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배당금액은 2조1570억원으로 한국 기업 중 최대였다. 하지만 시가 배당률은 1%에 못미치며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2번째로 낮았다.

 

#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은 보유현금 규모도 단연 세계 1위다. 우리돈으로 160조원이 훌쩍 넘는다. 워낙 돈을 잘 벌기도 했지만 투자 등을 위해 유보현금을 넉넉히 쌓아놓은 이유도 컸다. 애플은 인수기업을 잘 공개하지 않지만 꾸준히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에 투자한 주주들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에 불만이다. 애플 역시 주주이익 환원 차원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나섰지만 주주들을 충분히 만족시키진 못했다.

 

주주들은 될성 부른 기업들에 투자한다. 기업들이 실제로 돈을 잘 번다면 주가가 오르니 그만큼 보답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벌어놓은 돈은 누구의 것일까. 기업의 것이기도 하지만 기꺼이 `쌈짓돈`을 대준 투자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일정부분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얼만큼 돌려줄지에 대해서는 항상 이해관계가 상충하기 마련이다. 기업입장에서는 번 돈을 재투자하고 만약에 대비해 금고에 돈을 쟁여두고 있어야 안심이다. 주가를 부양하고 투자자 유인을 위해서도 주주이익을 환원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선뜻 내주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업들의 배당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서 배당투자가 뜨고 있는데다 증시 투자 매력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증시 유인책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기업들이 유독 배당에 인색하다보니 과거와 달리 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기업들이 배당을 늘릴 여력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배당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부터 기업들이 근본적인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 한국 기업 배당 얼마나 짜길래

 

한국 주식의 배당의 짜다는 인식은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팽배하다. 매년 배당의 계절이 돌아오고 기업들의 배당 소식이 들리면 한국의 낮은 배당률 얘기는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이 과연 얼마나 낮길래 `야단`일까. 지난해말 유가증권 시장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은 13.1%로 2004년말 20.7%에서 크게 떨어졌다. 배당수익률도 같은 기간 2.1%에서 1.1%로 감소했다.

 

실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이 확실히 낮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의 비교에서 한국의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은 심각할 정도다. 우선 주요20개국(G20) 가운데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꼴찌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국 등 대표적인 신흥국들도 3%대를 웃돌지만 한국은 1%를 겨우 넘어선다.

 

2011년 기준 미국의 배당성향은 38%, 영국과 캐나다는 48%와 58%에 달했다. 선진국 평균은 50%에 육박하며 신흥국도 40%를 넘는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을 포함하더라도 G20 평균에 크게 못미친다.

 

▲ G20 국가의 배당수익률(출처:삼성증권)

 

◇ 금융 위기 후 `곳간 걸어잠궈`

 

한국 기업들의 배당이 과거에도 인색했던 것은 아니다. 배당성향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 후반 외환위기 이후부터 뚜렷해졌다.

 

LG경제연구원이 1985~2011년까지 비금융 상장기업들의 연평균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1980년대 후반만에도 33.1%에 달했고 1990년 중반까지도 20% 중반의 배당성향이 유지됐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10%를 밑돌았고 7%선까지 떨어진 후 최근에는 10%선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 상장기업 배당이 줄었든 것인데 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미래에 유동성 위기가 재현될 수 있는 것을 우려해 배당보다는 보유현금을 늘렸다고 볼 수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위기 이후 기업의 재무전략 변화를 반영한다"며 "2000년 후반에는 투자가 늘어난 것도 배당급 지급 확대를 제약했다"고 설명했다.

 

◇ 배당금 늘었는데 배당률은 감소

 

이미 시장에는 배당주로 인식된 기업군이 있고 이들이 제공하는 배당수준은 나쁘지 않다. 배당주를 잘 골라 투자하면 아쉽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한때 86%에 달했던 배당 지급 기업의 비중은 70% 밑으로 떨어졌다.

 

또 배당성향이 20% 이하인 기업 비중이 늘어난 반면 높은 기업은 줄었다. 배당을 하더라도 쥐꼬리만큼의 배당만 실시하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배당수익률이 2% 이하인 기업의 비중은 62.8%에 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24일 현재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한 기업들의 현금배당총액은 전년동기 대비 6% 가량 증가했지만 시가 배당률은 감소(1.82%→2.08%)했다. 배당금 총액은 삼성전자가 2조1570억원을 가장 높았지만 배당률은 1% 미만이었다. 여전히 SK텔레콤과 KT&G 등 통신과 유틸리티주의 배당률이 3~4%대로 높았다.

 

▲ 고배당 성향의 기업 비중의 감소(출처: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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