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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으로 산다"..서명석 동양증권 대표의 '눈물'

  • 2014.03.18(화) 16:26

“신뢰가 산산조각 났다는 표현 이상으로...”

서명석 동양증권 대표이사는 말을 잇지 못 했다. 속에서 무엇인가 울컥 올라온 듯했다. 잠깐 감정을 추스른 그는 “죄송하다”며 간신히 말을 이어나갔다.

18일 동양증권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주제는 ‘리스타트’(Restart). 서 대표는 동양 사태 이후 맛봤던 절망과 대만계 유안타증권(元大證券)을 새 주인으로 맞는 소회에 대해 털어놓았다.

 

동양사태 직후인 11월 쓰러져가는 동양증권 대표에 오른 그는 두 가지가 가장 아팠다고 했다. 고객을 잃은 것과 30년을 같이 해온 임원의 절반을 내 보낸 기억이다.

 

서명석 대표이사.(사진 동양증권)

 

"지금도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작년 9월말 동양그룹이 법정관리 신청했다. 가장 큰 아픔은 동양사태의 피해자가 오랫동안 거래했던 고객들이었다는 점이다. 상상할 수 없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모든 채권과 기업어음(CP)를 상환할 거라 믿었다. 그 믿음은 깨졌다. 일부 직원들은 회장을 원망하며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당시 나도 성당에 다녔었는데....”

작년 말 터진 동양사태 피해 규모는 1조6000억원에 이른다. 동양그룹 부실 CP·회사채를 판매한 동양증권에게 고객들의 원망이 쏟아졌다. 일부 동양증권 직원들은 삶을 포기하기도 했다.  

“전체 직원들은 지금도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주 가까운 자리 아니면,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이 피해 보상 관련 강도 높은 조사를 6개월째 진행 중이고, 판매사로서 성실히 임하고 있다. 피해 입은 고객들의 아픔을 절대 잊지 않겠다.”

“사태 직후 법정관리 TF를 만들어 직접 지휘했다. 모든 영업이 중단 상태였다.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임원의 절반 이상을 내보낸 게 가장 큰 아픔 중 하나다. 희망퇴직을 통해 650명의 직원이 떠났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많은 직원이 떠났다. 임원 연봉의 50% 직원은 10%를 삭감해 희망퇴직 재원으로 썼다.”

동양증권 지점 수는 2012년 초 137개에서 올 2월 88개로 줄었다. 2900명이 넘던 임직원은 171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마지막까지 피말리는 시간"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까지 하락했다. 금융기관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빠른 시간 내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상황이었다. 올해 6월14일 회사채 만기 사채 상환이 불가능했다. 신속히 회사를 매각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었다. 작년 10월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이 먼저 접촉해왔다. 10월 31일 대만으로 바로 갔다. 유안타에서 1시간 설명을 하고,  2시간 질의응답 받았다. 심각한 수준의 조사를 3시간 동안 받은 것이다. 3주 후 유안타가 결정했다. 피 말리는 시간이 있었다. 유안타는 마지막까지 심각한 고민을 했다. 도장 찍는 직전까지 긴박했다. 불완전 판매 리스크가 있지만, 아시아 시장을 진출하겠다는 유안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말 동양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금액은 1250억원. 유안타증권은 지난 14일 열린 동양증권 주주총회에서 1500억원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마지막 관문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승인이다. 금융위의 인가가 떨어지면 유안타증권은 잔금(90%)를 납입하기로 했다. 동양증권은 이 잔금으로 오는 6월에 돌아오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막을 계획이다.

 

 

유안타 "인재 지켜달라 부탁"

“작년 대만에 갔을 때 유안타 최고경영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가 들어갈지 안 갈지 모르겠지만 ‘미스터 서’는 우수한 인재를 꼭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다. 인재가 떠나면 인수하지 않겠다고 했다. 망설이고 있는 유안타를 설득해 동양증권을 인수하게 만들었다. 내가 재신임 받느냐 보다, 그에 대한 책임 문제가 먼저다.”

인수합병 뒤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뜻이다. 유안타증권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 조건으로 ‘등기이사 전원이 사임하고, 유안타증권이 지정하는 신규 등기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임원진을 재신임하겠다는 뜻이다.

“동양증권 신뢰는 산산조각 났다는 표현이상으로...죄송하다.” 서 대표는 설명회가 끝나갈 무렵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울컥했다.

“30년간 동양증권에 다녔는데 이 동양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럽지 않게 됐다. 모임에 나가면 많이 부끄럽다. 많은 피해자가 생겼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를 드린다. 유안타를 통해 새롭게 출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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