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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제일모직 합병]②'의피창생'..60년 역사속으로

  • 2014.03.31(월) 14:44

"옷이 새 삶을 만든다"는 의지 구현..삼성 성장의 '젖줄'
골든텍스·갤럭시로 한국 패션 선도..삼성SDI에 흡수합병

설립 60주년을 앞둔 삼성그룹의 모태기업 제일모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31일 삼성SDI는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비율은 1대 0.4425482. 제일모직 주주는 1주당 삼성SDI 주식 0.44주를 받게 된다. 합병법인은 오는 7월 출범한다.

제일모직은 1954년 9월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제일모직공업 주식회사’.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은 1953년 제일제당을 세운 뒤, 자본금 1억환(2500만원)을 들여 직물 사업에 뛰어들었다.  1957년 제일모직 대구 공장을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의피창생(依被蒼生, 옷이 새로운 삶을 만든다)’란 휘호를 남긴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제일모직의 ‘골덴텍스’로 만든 양복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조업 첫해의 판매고는 50만 벌. 한 벌 가격은 2만 환 이하였다. 한국의 풍습에, 결혼을 할 때 신부가 신랑과 신랑의 아버지에게 양복을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 그때 선물하는 옷은 골덴텍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신부 측이 경멸당하는 일도 있었다.-이병철의 기업가 정신 中

제일모직과 제일제당은 삼성물산과 함께 그룹의 ‘젖줄’이 됐다. 삼성전자(1969년), 호텔신라(1973년), 삼성전기(1973년), 삼성항공(1977년) 등을 차례로 설립한 밑천이 된 것이다.

‘삼성은 이 세 기업을 바탕으로 그룹 내 기타 기업을 지원하고 원조했다. 그래서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은 ‘황금알을 낳는 닭’이라고 불렸다.‘-성공한 세계 500대 기업의 경영 전략 中.

1975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고, 일 년 뒤 사명에서 ‘공업’을 뗐다. 이후 1980년대 패션사업 진출해 골덴텍스와 갤럭시 등 브랜드로 1990년대 패션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케미칼 사업, 2000년대에는 전자재료 사업에 뛰어들며 사업을 다각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2년 케미칼 사업부 매출이 처음으로 패션사업을 앞질렀다. 패션사업부는 2010년  전자재료 사업부에게 2위 자리마저 내줬다. 더 이상 제일모직을 단순한 패션회사로 부를 수가 없어졌다.

 

변화는 순식간에 찾아왔다. 2013년 9월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를 분리, 삼성에버랜드에 넘겼다. 매각대금은 1조원.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란 해석이 흘러나왔다. 급기야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흡수합병이 결정되면서 제일모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제일모직 법인은 사라지지만 '제일모직'이라는 이름 자체는 존속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패션부문을 인수한 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 브랜드를 사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패션사업 매각 당시 에버랜드는 필요할 경우 제일모직이라는 상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에버랜드 역시 제일모직 상호 사용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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