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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퇴직금 해부]②회사엔 남는게 없네

  • 2014.04.03(목) 16:28

의류 브랜드 PAT를 제작하는 평안엘앤씨는 지난해 13억64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999년 이후 첫 적자다. 불황의 그늘이었다. 매출은 1525억원(2012년)에서 지난해 1168억원으로 줄었다.

예상치 못한 이유도 있다. 바로 오너의 퇴직금이다. 평안엘앤씨의 김형섭 부회장은 지난해 말 고문으로 물러났다. 2000년 사장에 오른 뒤 14년만에 경영에서 손을 뗐다. 마지막 보수는 화끈했다. 지난해 보수는 총 187억6900만원. 이중 대부분은 퇴직금(160억원)이다.

회사의 판관비 ‘퇴직급여’ 계정은 2012년 24억원에서 지난해 10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거액의 퇴직금이 아니였다면, 적자를 피할 수 도 있었던 셈이다.

임원의 퇴직금은 성과에 대한 정당한 대가다. 김형섭 부회장은 네파, 엘르 등의 브랜드를 키웠다. 문제는 회사의 재무상황이 흔들릴 정도의 규모다. 또 김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분 44.2%를 보유하고 있어 회사는 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평안엘앤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회사는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는데 거액의 퇴직금을 챙긴 오너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모린스는 오는 11일 상장폐지된다. 자본 전액이 잠식됐고, 감사의견은 ‘거절’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오너인 석송곤 대표이사는 지난해 17억93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근로소득으로 10억원을, 퇴직소득으로도 7억9300만원을 챙겼다.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지난 2012년 교원그룹의 이정자 전 부회장은 장평순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1985년 교원을 설립한 공동창업자다. 약속한 퇴직금 300억원 중 200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이 부회장은 주장했다. 교원 측은 이 부회장이 학습지 등 교원과 겹치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해직된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지난해 양측은 서로 합의를 보면서 소송은 마무리됐다.

과도한 퇴직금 부담 탓에 임원에게 주어지는 프리미엄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증권업계가 대표적이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퇴직금 지급률을 없앴다. 기존 대표이사·이사회의장의 지급률은 4, 이사는 3에 이었지만 모두 1로 바꿨다. 일반 직원과 같은 방식으로 퇴직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임원퇴직위로금 제도를 폐지했다. 그간 현대증권은 퇴직하는 임원에게 퇴직금 외에 별도로, 1~3년 치의 보수(연 보수+업무수당)를 위로금으로 지급해왔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증권업계에 닥친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원들이 자진해서 위로금을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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