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사의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 ‘공식’이 2016년부터 전면 개편된다. 가장 큰 혜택은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가 보게 된다. NCR 평균이 현재 476%에서 1140%로 2배 넘게 증가한다.
반면 중소형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형사(자본 3000억~1조원) NCR은 459%에서 318%로, 소형사(3000억 미만)는 618%에서 181%로 확 낮아진다. 중소형사는 적정 NCR을 유지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의 라이센스를 반납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8일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증권회사 NCR 산출 방식을 발표했다. 새 공식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뒤,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을 나눈 값에다 100을 곱한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방식을 따랐다. 기존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하는 일본 금융청 방식이었다.
1997년 도입된 일본식을 버리고 17년만에 미국식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한 것이다. NCR이 재무건정성 지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할뿐더러, 증권사의 IB(투자은행) 등의 업무를 제약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서다.
공식이 바뀌면서 가장 중요해 것은 순자본 규모다. 순자본 규모와 무관하게 비율만 따졌던 기존 방식에서 확 달라졌다. 비율만 따지다 보니,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규모가 크더라도 NCR 낮게 나오는 경우가 일어났다. 작년 말 자본잠식 9개 증권사의 평균 NCR은 844%로, 업계 평균(475%)보다 2배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 단적인 예다. 자본 잠식된 증권사가 위험 투자를 줄이면서, 오히려 NCR은 높아졌다. ‘NCR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좋다’는 오래된 관행에서 온 ‘오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변경된 공식을 적용하면, 증권업계 평균 NCR은 큰 변화는 없다. 작년 말 기준 479%에서 482%로 소폭 올라간다. 하지만 증권사 자본 규모로 나눠보면, 변화는 확 눈에 띈다. 대형사는 476%에서 1140%로 확 늘었고, 소형사는 618%에서 181%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위 측은 “현행 제도에선 소형사 NCR이 대중형사 보다 높았지만, 개선안은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NCR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소형사들은 모든 업무를 다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라이센스를 쇼핑하듯 다 가지고 있었다”며 “(새 NCR 도입 후) 핵심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라이센스를 반납하면,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이 낮아져 NCR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사에게는 NCR 걱정 없이, IB와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줬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중소형사의 구조조정과 대형사의 외형 확대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부실 금융사의 척도가 되는 ‘적기시정조치’ 기준도 완화됐다. 기존 경영개선 ‘권고’ 기준 NCR 150%가 100%로 낮아졌다. 새 방식에서 100%는 분자(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과 분모(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가 같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새 NCR은 고고익선(高高益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정비율 100%만 넘으면 되지, 높을수록 더 우량한 회사란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투자 여력도 약 15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불필요한 자본을 쌓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증권사는 투자를 늘릴 때 적정 NCR을 유지하기 위해 고금리(5~8%) 후순위채를 매년 5000억~7000억원씩 발행해 왔다.
또 종속기업을 거느린 모든 증권사에게 연결 NCR이 도입된다. 기존 방식에서는 해외 법인 설립과 증권사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출자지분이 영업용순자본 차감 항목에서 제외되면서, 증권사의 확장을 막고 있었다. 연결 기준이 도입되면 금융회사나 해외법인 등을 자회사로 둔 7개의 증권사 NCR은 90%p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비 금융회사와 포괄적지급보증을 하지않은 금융회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국장은 “건정성지표가 제대로 반영되면서 투자자들은 NCR을 믿고 투자할 수 있고, 증권사들은 NCR 하락이 무서워 위험투자를 꺼리는 일이 완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NCR 개선안은 2016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내년까지는 기존 제도와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NCR 개선안은 자산운용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이 국장은 “자산운영사에 걸맞는 다른 제도로 개선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