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코스피 지수는 2000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이 역시 환율, 주식, 채권의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던 작년과 다른 모습이다. 원화 강세 성격이 지난해와 다른데다 신흥국 통화 강세와 맞물리며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는 양상이다. 달러-원 환율이 102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엔 약세를 동반하지 않은 없는 점이나 하반기 환율 반등 기대감이 어우러지면서 환율에 대한 우려를 제한할 전망이다.
◇ 원화 강세보다 달러 약세..작년과 다른 점
한동안 주춤했던 원화 강세가 재개된 이유는 국내보다는 외부 요인이 컸다. 미국 달러가 글로벌 통화대비 전반적으로 약세를 띠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 그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개시로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생각보다 긴축기조가 급격하지 않은데다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과 미국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 등이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신흥국 통화 전반이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의 상대적 강세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작년과 다른 점이다. 엔화도 달러대비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엔 대비 원화 환율이 과거만큼 크게 낮지 않아지지 않은 점도 부담을 줄이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환율 하락은 대부분의 통화가 미국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강세보다 달러 약세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당국도 원화 강세를 일부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항시 환율이 내리면 개입 경고를 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환율 수준보다 변동성에 관심이 있고 수출이 미치는 영향도 이전보다 크지 않다"고 발언했다. 최근까지 원화가 강세기조를 보인 것은 맞지만 경상흑자 규모 등을 감안하면 환율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가진 첫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변동성이 크고 쏠림현상이 생기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엔 강세 덕분에 증시서 악재 무게감 덜해져
이렇다보니 환율을 바라보는 증시의 시선도 지난해만큼 어둡지는 않은 모습이다.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일단 1040원 전후로 균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패치 우려가 크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으로 다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뿐 아니라 달러-엔 환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만큼 수출주 부담도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달부터 소비세 인상에 나선 후 당장 추가부양에 나서기보다 향후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 약세 요인이 당분간 크지 않다는 얘기다. 증시는 그간 엔 약세에 더 민감하게 작용해왔다.
이 덕분에 증시 전반의 우호적인 심리와 맞물려 수혜주를 찾는 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자동차나 전기전자 업종의 강세는 제한되겠지만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된다면 지수 상승 쪽에 무게가 실린다. 원화 강세 시 덕을 보는 철강과 에너지, 유통, 통신서비스, 음식료 업종 등도 수혜업종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이 신흥시장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며 "수출기업보다 내수기업이나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업종별 환 익스포저 상하위 10개 업종(출처:한국투자증권, 단위:%) |
◇강세 기조는 이어질 듯..1020원대 예상
일부에서는 이번 환율 급락을 보며 지난 2004년을 떠올렸다. 당시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150원이 붕괴된 후 환율이 한꺼번에 150원이 밀린 경험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년간 달러-원 흐름 상 기술적인 모습이 2004년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또 주요 레벨이 붕괴된 만큼 1050원을 돌파하는 것이 쉽지 않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화 강세 현상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준에 더해 유럽이나 일본의 부양 기대로 인한 달러 약세 요인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원화 강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추가적인 급락보다는 제한적 강세 전망이 대부분이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신흥국 통화에 비해 낮은 변동성을 유지했고 연초대비로 절상되면서 추가 강세는 제한적이겠지만, 당분간 강세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민규 연구원은 "미국 요인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나 정부의 태도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추가 강세가 예상된다"며 "102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향후 3개월동안에는 1020원 도달을 시도하겠지만 하반기 미국의 출구전력 우려와 금리 상승으로 점진적인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