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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⑤제주별 다음人을 만나다

  • 2014.05.27(화) 07:34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제주 토박이 "두려움 컸지만..이제 여유만만"
서울 토박이 "연봉 줄었지만..평생 일하고 싶다"

제주공항에서 15분여를 차로 달려 제주시 영평동의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들어섰다. 너른 언덕과 여유로운 공간 사이로 건물들이 띄엄띄엄 눈에 띈다.

 

유리로 된 벽,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연상케하는 세련된 외관이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였다. 건물 유리벽 너머로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희미하게 비친다. 조금 더 달리니 낯 익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서는 외딴 곳에 홀로 있는 것처럼 보였던 다음스페이스닷원이 큰 길을 사이로 다른 건물들과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다.

 

다음은 이제 제주의 명물이 됐다. 기업 매출 규모가 크다보니 '제주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다. 이런 다음을 보기 위해 다녀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제주별 그 중심에 있는 다음인들을 만나봤다.

 

▲ 연면적 9184㎡,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스페이스닷원이 웅장한 위용을 뽐낸다. 개방과 소통의 가치를 담은 스페이스닷원은 오름과 화산동굴을 형상화해 제주 자연환경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스페이스닷원의 마스코트 격인 인터넷 하는 돌하르방. 다음의 제주 지역공헌사업의 이름이기도 하다. 다음은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지역 주민을 후원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제주 토박이 "갑갑함을 빼고 여유를 더하다"

 

"답답하지 않아요? 진짜 지루한 건 없나요?" 사실 제주 다음인을 만나면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제주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지만 매일 제주에서 산다면 무미건조하거나 서울이 그리워질 것 같다. 제주로 이전해 온 다음 직원들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마음 먹기 나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우임을 깨닫는다.

 

따지고 보면 삶의 반경은 그리 넓지 않다. 일과 가족, 그리고 주말의 작은 여유.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아이들과 동네 공원에서 바람을 쐬고 아니면 조금 멀리 떠나는 호사를 가끔 부리는거다. 제주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제주는 도시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들로 그 이상을 채워줬다.

 

다음과 함께 제주에 온 지 10년 된 한동헌 제주협력 실장(42)은 세살과 한살배기 늦둥이를 둔 아빠다. 다음의 제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제주에 온 터라 다음에서의 직장 인생은 오롯이 제주와 함께 했다.

 

▲ 다음과 함께 제주에 온 지 10년 된 한동헌 제주협력실장(42)은 세살과 한살배기 아이를 둔 아빠다. 다음의 제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제주에 온 터라 다음에서의 직장인생은 오롯이 제주와 함께 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남부럽지 않은 직장(백화점)에 다녔지만 정신없이 살았다. 영업직이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관뒀다. 그리고 1년여의 짧지 않은 공백기를 거친 뒤 택한 곳이 바로 다음이다. 사실 한 실장의 경우 제주의 다음 생활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제주 출신이었고 부모님도 제주에 산다. 제주로 내려와서 평생의 짝도 만났다. 하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로서도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다.

 

"처음엔 좀 막막했던 게 사실이에요.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보니 제주에서의 일상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제주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제주에 다시 왔어요. 하지만 2~3년간 살면서 제주출신인 저로서도 마인드가 바뀌더라구요. 제주에서의 여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느꼈던 압박은 제주에 오면서 사라졌다. 오히려 나이를 먹은 뒤 내려오니 갑갑함은 자유로움으로 바뀌었다.

 

집에서 10분 남짓 걸리는 한 실장의 출근길은 항상 아이와 함께 한다. 깨끗한 자연 환경에 최고의 교육 시설을 갖춘 사내 어린이집에는 다음 직원들의 자녀만 100여명이 다닌다. 출퇴근이 고역이면 회사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어도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1~2시간 되는 출근길을 매일 같이 다닐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뒤 모닝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즐긴 후 업무에 들어간다. 

 

어린이집은 오후 9시까지 운영되지만 대개 아이를 맡기는 직원들은 오후 6~7시를 전후로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한 실장 역시 6시반쯤 퇴근한다. 여유가 되면 퇴근 후 잠시 아이와 회사 주변을 함께 산책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린다.

 

사실 다음의 보수는 동종업계의 경쟁사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그 이상의 혜택에 직원들은 만족해 한다. 한 실장은 다음이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 단언할 순 없지만 제주 다음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것은 분명 인생에서 맛보기 힘든 큰 혜택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 스페이스닷원 내부. 직원들의 휴게 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다. 천정이 높아 창의력 증진을 돕는다. LED 조명을 설치해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고 자연채광과 자연통풍, 바람길 등 자연 에너지를 적극 활용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서울 토박이 "고액 연봉 뿌리치고 제주에 꽂힌 남자"

 

한동헌 실장과 달리 성용제(38) 구매팀 차장은 서울 토박이다. 제주에 꽂힌 그는 8년째 제주에서의 삶을 누구보다 즐기고 있다. 그는 처음엔 2년만 살아봐야지 했는데 어느새 10년을 바라보게 됐다. 제주가 너무 좋아지면서 정년 이후에도 제주에서 살 방법까지 궁리 중이다.

 

성 차장은 아이 둘 모두 초등학생이다보니 한동헌 실장보다는 즐길 시간도 많다. 날씨 좋은 주말에는 무조건 집을 나선다. 사시사철 제주에서 하는 축제만 챙겨도 모자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성 차장은 최근 직원들 앞에서 제주 100% 즐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성 차장 또한 다음이 첫 직장은 아니다. 유명 다국적 제약기업에서 일했던 그는 다음에 와서 연봉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제약기업의 직장생활은 하루하루가 술과 영업 스트레스가 난무하는 전투였다.

 

▲ 성용제(38) 구매팀 차장은 서울 토박이다. 제주에 꽂힌 그는 8년째 제주에서의 삶을 누구보다 즐기고 있다. 그는 처음엔 2년만 살아봐야지 했는데 어느새 10년을 바라보게 됐다. /이명근 기자 qwe123@

 

그는 다음으로 이직한 1년 뒤 제주행을 택했고 가족 모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성 차장이 꼽는 매력은 2가지다. 먼저 거리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다. "제주 안에서는 30분 거리 안에 모든 것이 다 있어요. 길이 막히지 않으니 어디든 부담 없이 놀러다닙니다" 두번째 매력은 의외다. 바로 제주의 교육환경이다. 학부모라면 솔깃할 법하다. 사실 제주하면 교육 걱정이 앞서지만 성 차장은 학부모로서 제주의 교육수준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근무환경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주기도 하고 제주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여유롭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는 이 역시 일부는 오해라고 말했다. "근태관리를 하지 않지만 오히려 제주 직원들이 야근을 더 하거나 퇴근시간이 늦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두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에요"

 

사실 성 차장은 다음을 워낙 동경한 터라 막상 들어오니 실망한 부분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하지만 실망한 부분보다는 일하고 싶은 욕망이 몇 배는 더 크다고 말한다.

 

▲한동헌 실장은 "제주 다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인생을 통틀어 맛보기 힘든 혜택 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용제 차장은 "할 수만 있다면 제주 다음에서 계속 일할 생각이고 제주에서 평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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