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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선 증권투자]⑤배당, 장기투자로 가는 디딤돌

  • 2014.07.09(수) 10:37

저금리·저성장 기조속 배당 이슈 재점화
장기투자 문화 확산 시그널.."기업투자 희생" 반론도

#장면1. 국내 증시가 활황이었던 2006년. 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는 태광산업 등에 주식배당과 자산매각을 요구하며 증권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장하성 펀드를 자본시장이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로 보는 쪽도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투기자본 논리를 좇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배당에 치중하는 기업을 비판하며 기업들에게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겠다고 밝혔고, 장하성 교수가 이를 반박하고, 다시 박회장이 투자가 우선임을 강조하는 등 논쟁이 한동안 지속됐다.

 

#장면2. 최근 미국 헤지펀드인 페리캐피털과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약트먼자산운용, 아티잰파트너스 등은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재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현금보유액이 600억달러에 달하는데도 주주환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삼성전자의 배당확대 요구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발표는 없는 상태다.

 

#장면3. 올해 한국전력공사는 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6년만의 흑자시현 후 내린 결정이다. 주당 배당금은 미미했지만 5년간의 적자를 끊고 배당금 지급에 나선 것은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 반드시 배당을 실시한다는 의지를 확인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배당정책이 주주가체 제고에 당연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배당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나 배당수익률이 낮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서 머물렀다. 새삼 요즘들어 적극적인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투자문화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투자와 배당 논쟁은 항상 평행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과거엔 투자에 무게가 실렸다면 지금은 배당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오는 모양새다. 대체로 주식시장이 침체기일 때 배당주가 주목받고 더 나은 수익률을 낸 것을 감안하면 배당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투자문화의 진화일 수 있지만 후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배당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은 기업의 적극성보다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가한 데 있다. 고성장기에는 기업들이 주주배당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기업들의 투자가 줄고 유보현금이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주식시장에서의 수익률도 변변치 않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삼성전자 보통주 외국인 보유 비중 및 순이익 대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비중 추이(출처:WSJ)

 

2001~2005년 사이 코스피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25%에 육박했지만 최근에는 코스피가 2000포인트 전후에 갇히며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나 저금리를 감안하면 배당에 대한 선호나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이 늘어나는 것은 증시 성숙기 진입에 따른 투자문화 발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주주가 정당한 이익을 분배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배당에 대해 높아진 관심은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며 "공적연금의 주주권 강화와 함께 투자자들의 장기투자 문화 확산도 배당주 펀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단기적인 수익 위주에서 탈피해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과도기 단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개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증시 자금조달 금액보다 주주환원 금액이 더 큰데 한국 역시 지난 2002년 이후 상장유지 비용이 증시 자금조달액을 꾸준히 초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5~2011년 사이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에 따른 배당성향이 100%에 육박한다. 

 

하지만 배당요구는 또다른 과제를 남긴다. 단순히 수익을 위해 배당을 요구할 경우 기업 투자 기회가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배당정책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대한 종합적인 재무적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라며 "배당이 적절한지 여부의 기준이 절대적 배당수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정당한 수익분배에 힘쓰도록 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통해 기업 수익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투자자들 역시 이를 독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는 것이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기업의 현금 흐름과 배당정책' 포럼에서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해서는 배당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다른 시각이 있다"며 "주식시장이 기업의 자금원으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증시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배당을 늘리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것을 지적하며 배당이 내수로 이어지는 선순환보다는 기업들이 적정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나 인수합병(M&A)를 통해 위험을 어느정도 지는 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배당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고 미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완화되어야 한다"며 "상장기업의 배당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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