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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산업계열 증권사들 `후광이냐 멍에냐`

  • 2014.08.07(목) 11:07

[증권사 거버넌스 탐구]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든든한 지원 `후광`
계열 리스크도 상존 `멍에`로 작용할 수도

최근 비엔지증권이 설립 14년만에 자진 청산을 결정했다. 비엔지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등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 속에서 숨 가쁘게 태동할 때 함께 생겨났다. 지난 2008년에는 두산그룹을 주인으로 맞아 더 화려한 비상을 꿈꿨다.

 

결말은 초라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캐피탈과 연계해 금융분야 시너지를 노렸다. 그러나 증시 불황에 위탁매매 중심의 비엔지 증권은 여지없이 고전했다. 비엔지증권은 본래 비엔지증권중개였다. 중개란 이름을 떼낸 것은 자본시장법 적용부터다. 본래 증권거래법 상 위탁매매업만을 하는 증권사는 '중개'라 붙이는 것이 의무화됐고 비엔지증권의 업무도 위탁매매에 국한됐다. 증권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일반 지주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사업 자체를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자진청산 결정 후 두산그룹은 증권사라기보다 작은 중개사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대그룹 계열 증권사가 손실을 거듭하다 손쉽게 청산을 결정한 것은 증권업계에 또다른 물음을 던진다.
 


◇ 재벌계열, 증권사 하나는 기본

 

국내 증권사 가운데 상당수는 소위 '재벌' 계열사다. 기업집단에 속하는 증권사들은 계열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기업집단들은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 외의 금융계열사 여럿을 거느린다.

 

기업집단들의 금융계열사 소유는 기업집단 입장에서는 숙명과 같다. 금융계열사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효율적으로 구축,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는 지주사 형태의 대기업집단도 외부 금융회사를 보유해, 이를 지렛대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한다.
 
금융계열사가 가장 많은 삼성의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SDI, 삼성전기 등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고 한화와 동부그룹, 현대차그룹도 금융계열사가 많은 축에 속한다. 네 곳 모두 공통적으로 증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SK와 현대중공업 그룹도 각각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 동양 사태 이후 불거진 리스크

 

그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계열 증권사를 둘러싸고 시끄러워진 것은 동양그룹 사태 영향이 컸다.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고객들의 돈으로 돌려 막기가 가능했던 것은 인지도가 높은 계열 증권사를 통해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계열사가 재계 총수의 개인 사금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동양 이전에도 비금융계열사들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위해 계열 증권사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있다. 특히 CP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공시의무도 없어 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이상직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증권사의 계열회사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현황'에 따르면 총 8개사 중 6곳이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발행했다. 이들 증권사가 발행한 회사채와 CP 규모는 52조원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삼성계열사 회사채를 20조원 가까이 발행해 13조원 이상을 판매했고 현대차는 14조원대를 발행해 4조원 가까이를, SK증권은 7조4000억원 가량을 발행한 후 2조원 이상을 팔았다. 

 

물론 계열증권사를 통한 계열의 채권 판매비중이 높고 등급이 낮더라도, 상품판매 절차를 제대로 준수됐다면 증권사 부담은 낮아진다. 또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계열사 채권들의 신용등급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동양증권은 투기등급 채권을 팔아서 문제가 됐다.

 

◇ 불 붙은 금산분리 논쟁..중간금융지주?

 

동양사태 이후 은행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금산분리 규정이 보험이나 증권사 등으로 확대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실화된다면 기업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고 금융계열사에 속한 증권사들도 변화가 불가피한 부분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금산분리 개정안은 제2금융권에 대한 의결권 제한강화와 중간금융지주 설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 M&A 촉진을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완화하기로 한 상태다.

 

삼성과 현대차 등은 중간금융지주 설치가 외부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언급을 삼가하고 있다. 실제 중간금융지주가 현실화된다면 증권을 비롯한 제2금융권은 비금융계열에 대한 직접적인 부담에서만큼은 지금보다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간지주 형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따라 그 영향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산업계열 증권사 장점과 수혜 불구, 한계점 더 주목해야

 

산업 계열 증권사 가운데 큰 몸집을 자랑하는 곳은 드물다. 삼섬증권이 오랫동안 업계 상위를 지켜왔고 현대증권도 대형사를 넘보는 규모지만 그 외 현대중공업 계열의 하이투자증권이나 현대자동차 계열의 HMC투자증권, SK의 SK증권 등은 중소형 증권사로 계열 내에서는 구색만 갖추고 있다. 두산은 비엔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청산했다. 최근에는 삼성증권마저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고 현대증권도 지분매각에 앞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물론 이런 증권사들은 알게 모르게 계열사 덕을 볼 수 있다. 대기업계열인 만큼 브랜드 인지도를 등에 업고 일감도 적당하게 챙겨준다. HMC투자증권만해도 소형 증권사이지만 업계에서 퇴직연금 상위다.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퇴직연금을 모두 운용하고 있다. HMC증권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최근 현대차는 HMC투자증권의 수시입출금식신탁(MMT)에 1000억원을 예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퇴직연금 외에 크게 계열사 수혜를 입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고 퇴직연금조차 단순 수수료로 따져봐도 발생 가능한 수익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독점이 이뤄지면서 경쟁 분위기를 흐리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전형으로 눈총을 받는다. 최근 지배구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산업 계열 증권사들은 금산분리 논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산업계열에 속하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 금융지주 계열은 그나마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반면 산업계열 증권사들의 입지는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권사 M&A 촉진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매물이 활발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상당수 비은행 금융사를 대기업 그룹들이 소유하면서 증권업계 M&A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황인덕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대기업 그룹 계열화가 해당 증권사가 발전하는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일정수준을 지나면 오히려 경쟁력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지속 성장하는데는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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