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Value, 가치)보다 그로스(Growth, 성장)를 추구하겠다"
소위 '밸류' 펀드가 대세인 요즘 다소 역발상적인 발언이다. '밸류'라는 말은 국내 투자스타일의 키워드가 됐고 밸류 투자가 아니면 이제 돈을 모을 수 없는 것처럼 된 분위기다. 하지만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주식의 중요한 요소에는 가격과 가치, 투자 모멘텀도 있지만 '좋은 기업'을 가장 맨 앞에 내세웠다.
박 대표는 그로스와 밸류 투자의 차이에 대해 쉽게 정의했다. 그로스는 장기 성장성이 있는 좋은 기업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다. 좋은 기업은 상당히 오랫동안 좋고, 나쁜 기업은 쉽게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가치투자의 세계관은 결국 기업이 평균가격에 수렴하기 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을 사두면 가치가 오를 것 것으로 본다.
그는 밸류 투자가 거품이 낄 정도로 유행하면서 `버즈 워드`(Buzz Word)가 됐다고 표현했다. 버즈 워드는 너무 일반적이어서 검색대상으로 가치가 없는 말을 일컫는다. 물론 최근 가치투자는 기업의 질이나 성장성도 충분히 감안한다. 밸류 투자의 정의가 상당히 광범위해지면서 다소 모호해진 셈이다.
이에대해 박 대표는 "밸류와 그로스 투자는 분명 다르다"며 "이스트스프링운용의 투자철학은 그로스 투자에 가깝고, '합리적인 가격의 기업 성장(GARP : Growth At Reasonble Price)'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
특히 투자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에 과거 제조업과 수출주 위주의 성장분야가 아닌 향후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 변수 영향이 적으면서 기업가치 방향성이 위로 가는 '구조적 성장주`다. 이머징 내수나 서비스, 유틸리티, 모바일, 신유통, 건자재 물류 등이 이에 속한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의 대표 상품인 코리아 리더스 펀드의 핵심포트폴리오도 한국 투자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는 구조적 성장주와 소비재로 구성돼 있다.
그는 "배당이나 금리 역시 패러다임 변화 가운데 하나지만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들을 찾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배당투자를 원하는 고객은 배당투자 전문가를 찾아가고 장기적인 성장을 원하는 사람은 우리를 택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구조적 성장주 외에 투자대안으로 다앙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조언했다. 최근 중위험 중수익 니즈를 반영해 기대수익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성향이 강해졌지만 단순히 수익이 안정된 상품을 택하기보다 위험 주식과 안전한 주식 투자를 병행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그는 "자산배분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개별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며 "이스트스프링에서도 각각의 리스크가 다르고 자산군이 다른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매력적인 투자처로는 한국 주식시장이 좋고 나쁨을 떠나 고령화 등 장기적인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부각될 수 있는 섹터를 탐색해 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성장이 희소해지기 때문에 희소한 성장의 가치는 올라간다"며 한국 제품이 중국 등 다른 시장으로 침투하고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을 찾아 소비하면서 생기는 매력 등을 예로 제시했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은 2012년 PCA자산운용에서 사명을 변경했다. 아직은 새롭게 바뀐 사명이 투자자들에게 익숙치 않지만 160년 역사의 영국 프루덴셜금융그룹 계열이다.
박 대표는 "취임 당시 이스트스프링운용에 대해 시장이 모르는 부분이 많아 놀랐다"며 "하지만 대대적인 광고보다는 운용사로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우리를 알리는 방법이라고 봤고 최근 운용성과나 상품 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앞으로의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한국어로 풀어쓰면 다소 긴 이름이고 이미지도 따로 없지만 좋은 의미에서 보면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낙관했다.
박천웅 대표는 국내외 증권과 운용사를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다. 메릴린치자산운용 펀드매니저를 역임한 후 모건스탠리와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에 오르기 전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국제마팅부문 대표와 홍콩법인 사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