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환율전쟁에 휘말리며 한국의 동참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이어 호주도 최근 금리를 인하했고 중국도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섰다.
한국은 이미 지난해 2차례 금리를 인하한 후 추가 금리 인하 여부가 분분했지만 최근 흐름은 금리인하 당위성을 부쩍 높이는 모양새다. 국내 증시 입장에서는 위험자산 선호를 키우며 긍정적일 전망이지만 환율전쟁 자체가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유럽 이어 호주·중국도..거세지는 환율전쟁 포화
유럽발 환율전쟁이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전날(5일) 중국 인민은행(PBOC)은 지준율 인하를 결정했다. 이미 중국이 금리나 지준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은 있어왔지만 지난해 깜짝 금리인하처럼 시기가 빨라졌다는 평가다. 추가적인 지준율 인하나 금리인하 가능성도 여전한 상황이다.
정하늘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 발언이나 금융개혁 시기를 고려할 때 추가 지준율 인하는 3차례 이상, 금리인하도 1차례 이상 예상한다"고 말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 3일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인하했다. 지난 2013년 8월 이후 1년5개월만이었다. 호주는 성장 둔화와 함께 달러화 대비 호주달러 약세를 언급하며 이번 금리 인하에 환율 요인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ECB는 유럽판 양적완화를 결정했고 3월부터 유동성 풀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를 의식한 듯 호주 외에 캐나다, 인도와 루마니아 등 선진국과 신흥국 할 것 없이 금리인하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 한국 동참할까..증시도 촉각
결국 시장의 관심사는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지에 모아진다. 이미 한국은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고 올해도 한두차례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쳐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환율전쟁이 심화되자 추가 금리인하의 당위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일 경우 자연스럽게 한국은 원화 강세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호주가 오랜만에 금리인하에 나며 한국의 동조화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호주와 한국의 정책금리 조정 방향성과 시기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조화 경향이 뚜렷했다"며 펀더멘털 여건도 호주와 많이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은 총재는 환율을 정책 목표로 삼고 금리로 대응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환율을 명분으로 공식적으로 정책금리를 조정한 경우는 없었다. 이미 지난해 2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만큼 가계부채 우려와 맞물려 실제 효과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여전하다.
다만 최근 환율전쟁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흐름이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CPI)도 1%를 지속적으로 밑돌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는 점도 금리인하 여지를 계속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김경환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중국 정부는 수출 방어를 위해 노골적으로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의 금리인하 러시나 한국이 각국의 정책공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주요국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호재"라며 "아시아 자산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매력적일 것으로 보이고, 주식 및 채권강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환율전쟁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전쟁 역시 당분간 격화될 전망"이라며 "글로벌 환경에서 원화가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 국내 증시에 부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