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비자물가(CPI)가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앞서 나온 중국의 잇따른 부양 조치는 디플레를 막기 위한 사전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의 디플레 우려는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악화일로를 걸으며 전 세계 경제 리스크로 부상할 조짐이다. 중국이 추가 부양에 나설 경우 환율전쟁이 더욱 격화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 갈수록 심화되는 디플레 우려
지난 1월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하락한데는 따뜻한 날씨 탓에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유가가 최근 크게 내린 것이 작용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요 둔화와 부동산 시장 부진 영향도 컸다는 평가다.
물론 중국의 연초 지표는 춘절 연휴와 맞물려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춘절 이후에는 돼지고기 가격 등이 뛰면서 물가도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가 부진이 일시적이거나 일회성 요인이기보다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데 주목한다. 지안 창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책입안자들이 걱정할 요인들이 꽤 많다고 지적했다. 통화증가량 감소나 부동산 시장 공급 과잉, 에너지 가격 하락 등 디플레를 부추길 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물가와 연관성이 높은 생산자물가(PPI)는 이미 디플레이션 상태다. PPI는 지난해 12월 3.3% 하락한데 이어 1월에는 4.3%로 낙폭이 더 커졌다. 류동량 중국공상은행 애널리스트는 "서비스와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중국 성장률 둔화가 소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크게 흔들리지 않는 중국의 고용시장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고용이 15개월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 CPI 추이(출처:파이낸셜타임스) |
◇ 전 세계로 디플레 전이 우려..추가부양 시 환율전쟁 심화
중국의 디플레 우려는 최근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과 함께 글로벌 경제에 부담을 준다. 국제 유가 하락 역시 전 세계적인 디플레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디플레 압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결국 중국이 추가 부양도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금리 인하에 나섰고 최근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부양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중국 정부가 디플레를 감지하고 방어에 나섰음을 보여줬고 추가 부양도 충분히 가능함을 시사한다.
주 하이빈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3월중 한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지급준비율도 1번 이상 추가로 인하가 가능하다"며 "이번에 나온 물가 지표는 금리 인하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자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 역시 "최근 지준율 인하는 추가완화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2분기 중 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중 3차례 이상의 지준율 인하를 전망했다.
중국의 불가피한 부양 조치는 환율전쟁 강도를 더 높일 전망이다. 이미 유럽을 포함, 15개 중앙은행들이 올해 들어 통화부양 조치에 나섰다.
데이비드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는 "이미 전 세계가 환율전쟁에 참여하며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향후 위안화 약세가 세계 경제의 주된 꼬리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