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값 하락이 심상치 않습니다. 왜 금값이 하락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난 금 가진 게 별로 없는데 하시는 분도 계실테고 내 금 펀드 어쩌나 걱정이 태산인 분들도 계실텐데요. 왜 금값이 갑자기 속절없이 내리는지, 어디까지 내려갈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금, 이미 한물 간지 오래?
금은 항상 귀한 존재였죠. 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들이 참 많을텐데요. 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금 모으기부터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금 투자 열풍이 불었던 것까지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불과 몇년전까지 금값은 말 그대로 '금값'이었습니다.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호가했고 혹자는 5000달러까지 갈 것으로 자신했습니다.

그러다 금값은 이미 수년전부터 빠지기 시작했는데요. 한동안 붐이 일던 금 투자도 주춤한지 오래입니다. 금값 하락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빠졌던 금값이 최근들어 갑작스레 하락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자고 나면 떨어지는 금값
요즘 자고 나면 금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매일 들립니다. 금 가격이 도대체 얼마나 내렸는지 볼까요. 일단 지난 23일까지 10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얼마나 내리고를 떠나 이렇게 진득하게 금값이 내린 것은 1996년 이후 20년만에 처음입니다. 금값 하락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습니다. 최근 한달간 금 가격은 7% 이상 내렸습니다. 주요 자산중 가장 가격이 많이 빠졌다고 하네요. 온스 당 1100달러가 깨졌는데 1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다보니 애들 돌잔치 때 받은 반지 몇개를 제외하곤 가진 금이 별로 없는 저로서도 좀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도 최근 가까운 친지 돌잔치에 가기 전에 금 시세를 알아보니 여전히 한 돈에 해당하는 3.75g짜리 값은 20만원을 호가하더군요. 시간적인 여유가 안되서 돌반지 값을 고스란히 축의금 봉투에 넣어 현금으로 드렸는데 금값이 떨어지고 있으니 차라리 잘한 일인듯도 싶습니다.

금 하락 뒤엔 '달러'
집에 금붙이 하나 없는데 금값 하락이 대수냐 싶지만 금값 하락 뒤에는 흥미롭게도 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금값이 그냥 내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수중에 금이 없더라도 간접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덕을 볼 수도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나빴던 동안 금은 상종가를 쳤습니다. 금은 소위 안전자산으로 알려져 있죠. 현금가치가 떨어질 때는 금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았던 것도 금을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금도 움직였다" 일사불란
대개 달러와 금값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뿐만 아니라 원유같은 원자재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데 달러값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합니다. 결국 금값이 내리는데는 달러가 서서히 강세를 보인 영향이 큰데요.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달러 위상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안전자산이었던 금값이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셈이죠.

결국 금값 하락 속도가 유독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시점이 좀더 가까이 다가오고, 더 명확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사실 안전자산 선호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라면 시장으로서는 나쁠 건 없겠습니다만, 달러 강세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자산들의 매력이 반감되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계산을 잘 해봐야겠지요.

믿었던 중국마저?
미국만 언급하면 서운해할 중국 얘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금 사랑하면 중국이 유명하죠. 로비 전체를 금으로 칠한 호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까요. 최근 금값 하락 뒤에는 중국의 금 매도도 큰 몫을 했는데요.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 규모가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 매물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지난 18일 중국 인민은행은 6월 현재 1658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6년새 60%나 증가한 규모지만 시장이 예상했던3000톤에는 한참 못미쳤습니다. 믿었던 중국이 생각보다 금을 많이 들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곧바로 중국 금 시장에서는 투매가 나왔습니다. 중국이 앞으로 금 보유량을 더 늘려가겠지만 시장으로서는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쌀 때가 기회라지만
쌀 때가 매수 기회라죠. 금값이 크게 내리자마자 금을 싸게 매수하려는 중국 아주머니 부대도 출현하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당장 금값이 크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당분간은 미국의 금리인상 추이와 달러값에 따라 금값도 춤을 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밝혔는데요. 모간스탠리는 8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한쪽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금 가격 반등을 예상하는 쪽도 있구요. 이들은 최악의 시기에 언제나 빛을 발하는 금의 본질적 매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