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를 떠난 외국인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일까지 20거래일에 달하는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는데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리스크 영향이 크다. 당장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귀환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다행히 매도세가 주춤해지는 양상이지만 외국인이 살만한 종목을 미리 찜해 사놓기도 쉽지 않은 시점이다. 그나마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 속에서도 꾸준히 사온 업종 정도만 주목받고 있다.
◇ 금융위기 후 최장기간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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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가 좀처럼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 8월 5일부터 1일까지 19거래일 연속 순매도가 이어졌고 2일까지 20일째 매도세다. 한 달 내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으로 2008년 7월 외국인은 36일까지 매도세를 이어간 바 있다. 2008년 1월 당시 21일과 2005년 3월 20일과도 엇비슷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더 보기 드문 현상이다. 2005년의 경우미국의 금리인상과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다.
순매도 규모도 4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한달간 보험과 투신 등 기관과 개인 모두 주식을 순매수하는 동안 홀로 4조원이 넘는 금액을 순매도했다.
◇ G2 리스크에 '벌벌'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등을 돌린데는 한국의 자체적인 요인보다는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둔화 등 대외 리스크 영향이 크다. 한국뿐 아니라 신흥국 증시 전반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질환(메르스) 발병 당시에도 외국인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중국 증시 급락이 반복되고 미국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매도세를 강화한 이후 좀처럼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역시 신흥국 통화가치 전반의 하락을 부추기면서 자금유출을 부추겼다.
지난주 글로벌 주식자금은 신흥국과 북미 지역의 자금 회수에 나서며 순유출로 전환했다.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는 6주째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신흥국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악재들로 인해 외국인이 선뜻 돌아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외국인 일별 순매매 추이(출처:대신증권) |
◇ 클라이막스는 지났다?
다행히 매도 클라이막스는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7000억원을 넘어섰던 외국인의 일별 순매도 규모는 최근 100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1일에는 74억 순매도에 그쳤고 2일에도 1000억원을 넘어서진 않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말 이후 순매도 규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 논란과 중국 증시 변동성 확대 중에 외국인 매매패턴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단기간의 순매도 금액이 크게 느껴지지만 중장기 수급흐름을 보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대외적인 환경 변수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기간동안 구간조정 성격이 크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외국인이 대량 순매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꾸준히 매수하고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을 지속하고 있다. 대신 외국인이 찜할 만한 종목에 대한 언급은 한층 더 조심스러워진 모양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최근 급락장에서 외국인이 비중을 확대하거나 비중축소 규모를 줄인 업종은 에너지와 자동차/부품, 건강관리, 증권, 화학이었다. 이들은 국제유가와 환율, 주식시장 반등과 관련해 모멘텀이 가능하다.
삼성증권도 7월 이후 외국인이 에너지와 미디어, 보험을 제외한 전 업종을 매도했다며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에 순매수하면서 수익률이 높은 업종으로 미디어와 유통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