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를 읽으면 돈이 보인다. 최근 증권가에서 국내외 소비 트렌드를 통한 투자 기회 찾기에 분주하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지역도 광범위하다. 최근 각국이 성장 동력을 내수에서 찾고 실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소비 트렌드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을 한국이 닮아가고 과거 한국의 모습에 착안해 중국에서 기회를 찾는 식이다.
◇ 불황의 그림자 그리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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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는 '쿡방'이 유행하면서 불황경제가 주목받았다. 비싼 맛집이 아니라 집에서 손쉽게 해먹는 요리 방송의 인기 뒤에는 경제 불황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일찌감치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이처럼 불황은 소비 침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소비재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기회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테면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만 찾게 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유독 수혜를 보는 것이다.
최근 쿡방 열풍에 주목했던 NH투자증권은 8일 로우엔드(Low-end) 시장 확산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NH투자증권은 일본 소비재 기업들의 장기 불황 생존기를 위한 탐방을 진행했고 가격이 싼 제품을 찾는 로우엔드 쪽으로 소비패턴이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희 연구원은 "생필품 영역에서 하위 80%를 위한 가격 혁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싼 것이 프리미엄을 압도하는 시대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자체브랜드 상품인 PB(Private brand) 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브랜딩 능력이 있어 생존 가능한 업계 1위(CJ제일제당, LG생활건강)이거나 로우엔드 시장에 특화된 기업(토니모리)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사개발생산(ODM)과 PB 테마(코스맥스, 롯데푸드, 농심홀딩스)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봤다.
◇ 중국 파링호우·소황제 세대 뜬다
한국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면 중국은 한국 뒤를 따라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현재 중국 소비를 이끄는 세대인 파링호우 세대가 90년대 한국의 X세대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90년대 이후 전개된 트렌드 변화를 통해 중국 소비시장 방향을 유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90년대 한국에서는 신기술 등장과 문화·레저의 변화, 소비 아이콘의 흥망성쇠가 나타났다.
한대훈 연구원은 "신기술과 맞물려 소비의 소프트화가 전개됐고 배낭여행 등 해외에 대한 동경이 절대적이다 인터넷 발달로 로컬브랜드 성장이 빨라졌다"며 "명품에 대한 열망 이후 스파(SPA)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춰보면 중국에서는 질적 소비로 넘어가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으며 필수소비재보다 문화, 미디어, 헬스케어 등 선택적 소비 영역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부상한 소황제 세대가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주시했다. 중국의 고도성장을 누리고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큰 이들이 20~30대에 접어들었고 아이를 낳기 시작하면서 고품질의 영유아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융아용품산업전시회 주최자인 UBM차이나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2조위안에 달하고 있고 중국 영유아 화장품 시장 조사에서 지난해 영유아 화장품 시장 규모는 170억위안으로 추정됐다.
특히 중국인들이 로컬업체보다 외국산 브랜드를 선호하는 만큼 한국 기업의 수혜 역시 기대되고 있다. 하건형 연구원은 이미 성인화장품으로 인지도를 높인 기업들이 시장 진출에 용이하다"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코리아나, 산성엘엔에스, 코스온, 제로투세븐, 아가방컴퍼니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 한국의 대중국 영유아 화장품 수출(출처:신한금융투자) |
◇ 한국판 우버·에어비앤비 찾아라
앞서 미국의 FAST 트렌드를 한국이 따라가고 있는 점을 주목한 곳도 있다. FAST는 Free, App, Simple, Timely의 앞글자를 모은 단어로 공짜로, 앱을 통해, 쉽게, 곧바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선호하는 트렌드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쉽(Shyp), 인스타 카트가 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형식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개념과 맞물려 수요자와 공급자를 무료로 연결해준다. 쉽과 인스타카트는 청소, 쇼핑, 주차, 배달 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결해주는 주문형 서비스 기업들이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경제활동 중심이 이동하면서 비즈니스 모델로의 혁신이 추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내 역시 이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테면 일정 금액을 받고 온라인 스트리밍 형식으로 콘텐츠를 무제한 제공하는 LG유플러스의 유플릭스나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 쿠팡의 로켓배송을 예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