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Reset]①껍질 깨고 ‘제2 창업’

  • 2015.10.07(수) 08:51

네이버·카카오·구글, 조직·경영체제 뜯어 고쳐
빠른 의사결정·유연한 조직으로, 신사업 대비

국내외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조직 틀과 경영 체제를 뜯어 고치고 있다. 심지어 간판까지 바꾸며 기존의 것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17~20년 전 벤처로 출발해 지금은 후배 스타트업을 양성하는 '거목'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뻗어나갈 영역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주력인 검색광고와 모바일 플랫폼에서 벗어나 요즘 한창 각광을 받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핀테크(FinTech)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고, 미래 먹거리인 로봇과 무인자동차, 스마트홈 등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는 대표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체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주로 사업별로 잘게 쪼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각 사업에서 경쟁력과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산업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네이버, 셀(Cell) 단위 조직..여차하면 분사

 

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는 올 2월 'Company-In-Company(이하 CIC)'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했다. 말 그대로 '회사 내 회사' 개념이다. 기존 '셀(Cell)' 조직보다 독자적인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한 사내 독립기업이다. 첫번째 CIC는 웹툰과 웹소설 서비스 조직이다.

 

네이버는 작년부터 조직 전반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수직적 상하 관계인 팀제와 본부제를 없앤 대신 수평적이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셀 단위로 조직을 구성했다. 각 셀은 셀장(長)이 책임지고 인력이나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세포처럼 셀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CIC는 더 독립적이다. 대표이사 직함도 있다. 마치 별동부대처럼 움직이면서 여차하면 분사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었다.

 

조직 문화도 바꿨다. 올초부터 직원 스스로 근무 시간이나 휴가를 정하는 '책임 근무제'를 정식으로 도입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할당된 근무 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자율적으로 일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 틀과 문화를 바꾸는 궁극적 이유는 모바일 시대에 맞는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최근 수년간 주력 사업을 떼어내거나 관련 계열사끼리 묶으면서 왕성한 '세포 분열'을 하고 있다. 글로벌 메신저 '라인' 서비스 주체인 일본 라인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라인 플러스' 및 동남아시아 각 지역별 현지 법인들을 계열사로 묶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에는 게임 사업(NHN엔터테인먼트)을 떼어나고 인터넷 검색포털에 집중하기로 했다.

 

주력인 검색광고 영업을 맡고 있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은 지난해 IT인프라사업부문만 남기고 광고 및 플랫폼 사업을 본체인 네이버에 넘겼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네이버 모바일 검색광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카카오, 간판 바꾸고 집단 경영체제

 

카카오는 더 적극적으로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 '다음카카오'란 간판을 내리고 '카카오'로 사명을 바꾸는가 하면, 최세훈·이석우 공동대표에서 임지훈 단독대표로 경영 체제를 변경했다. 지난해 10월 1세대 인터넷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모바일 '강자' 카카오가 합병해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로 출범했으나 불과 1년도 안돼 환골탈태했다.

 

새 수장을 맡은 임지훈 대표가 올해 만 35세에 불과하다는 점, 그것도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카카오의 변신은 파격적이다. 정보기술(IT) 투자 전문가 임 신임 대표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인수합병(M&A)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출범한 카카오는 임 신임 대표를 포함한 6인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CXO'팀이란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이 팀은 '카카오택시'를 총괄한 정주환 부사장과 홍은택 수석부사장, 최세훈 전 공동대표, 박창희 부사장, 신정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구성했다. 6인은 각자 맡은 분야를 이끌면서 카카오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가 신임 리더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추진해야 할 신사업이 많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및 KB국민은행 등 10개 기업들과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졌다. 택시를 비롯해 대리운전, 퀵배달 등 O2O 인접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 콘텐츠, 전자상거래 등 모바일 주요 서비스 영역 전반을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O2O 사업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3월 출시한 카카오택시의 성공 여세를 몰아 이달 벤츠나 BMW 차종을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고급택시'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구글, 지주사 전환..신사업 속도

 

세계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신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구글링(Googling:구글로 검색하기)'이란 신조어를 만든 구글이 주력인 검색 외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껍질을 깨는 것이라 관심이 모인다.


구글은 지난 5일(현지시간)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공식 출범했다. 미국 나스닥에서도 구글 주식은 이날부터 종목명을 알파벳으로 변경해 거래된다.

 

구글은 지난 8월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신설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지주사 아래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각각 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사장을, 에릭 슈미츠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자회사 가운데 구글 주력 사업인 검색광고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유튜브 동영상 플랫폼은 구글이라는 자회사가 가져간다. 인도 출신의 순다르 피차이 수석 부사장이 새로 출범하는 구글의 CEO를 맡았다.

 

외신에서는 구글의 지주사 전환을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제2의 창업'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공동 창업자인 페이지와 브린은 구글 핵심 서비스 검색에서 눈을 돌려 무인 자동차나 첨단 의료 장비 등 신규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러한 영역은 구글 같은 혁신적인 DNA를 가진 회사에 잘 맞을 뿐더러 미래 먹거리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올해로 설립한 지 17년이 된 구글은 더 이상 차고에서 출발한 벤처 기업이 아니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2004년 상장 당시보다 21배, 순이익은 무려 36배나 늘었고, 직원수만 5만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덩치가 너무 커져 움직임이 둔해졌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이 지주사로 전환한 것은 기존 핵심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리면서도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지난해 스마트홈 관련 기업 네스트 등을 인수하면서 외연을 넓혀왔다. '구글 엑스(X)'라 불리는 연구조직에서는 본업과 관련이 없는 무인 자동차나 스마트 안경, 첨단 의약품, 인공지능 개발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러다보니 검색광고와 다른 사업의 수익이 뒤섞여 투자자로부터 경영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구글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핵심 사업부문에 대한 회계가 투명해지는 효과를 얻는다. 이를 통해 검색광고 수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지주사 전환은 회계적 투명성을 제고하고 신사업 효율화를 거둘 수 있는 '신의 한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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