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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매매 규제, 장내파생은 원천봉쇄 ‘부글부글’

  • 2015.12.01(화) 14:02

증권사 임직원 선물·옵션 등 원천금지 불만 비등
“이미 자발적 금지 많다” vs “행정편의주의 발상”

증권가가 임직원의 자기매매 규제로 연일 시끌시끌하다. 금융당국은 미리미리 고삐를 죄야 한다며 밀어붙이는 입장이고 증권가는 대책없이 죄기만 해선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기매매 규제 성토의 장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주식 자기매매가 아닌 선물·옵션 등 장내파생상품 쪽에 주력해 온 직원들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아예 자기매매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때문이다.


◇ 직무훈련 외 파생 자기매매 전면 금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임직원의 과도한 자기매매를 제한하는 불건전 자기매매 근절방안을 내놨다. 뒤이어 지난 10월 금융투자협회가 이에 근거해 자기매매 규제를 담은 금융투자회사 표준내부통제기준 개정안을 마련했다.

 

내년 1월1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번 규제는 주식의 경우 월매매회전율 500% 이내, 매수 주문횟수를 일 3회 또는 월 30회  등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시행에 앞서 잇따라 자발적으로 자기매매 성과를 인센티브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놨다.


그러나 주식매매와 달리 선물·옵션 자기매매 거래는 향후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당국은 투기성 높은 금융투자상품 거래를 제한하기로 하고, 주식 신용·미수거래 및 장내파생·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의 고위험 거래를 금지시켰다.


직무훈련을 위해 준법감시인이 투자금액과 거래기간을 승인한 경우에는 매매가 가능하지만 신입직원이나 부서이동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기존에 선물이나 옵션 자기매매를 해왔던 직원들은 이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표준내부통제기준이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당국의 방침이 정해진 후 파생 자기매매를 허용했던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전면 금지령을 내렸다.


◇ 당국 "고객 우선·리스크 관리 위해 바람직"


금융당국이 파생 자기매매를 원천 금지한데는 그만한 이유도 있다. 과도한 자기매매가 투자자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직원이 자기매매에 열중할 경우 본인의 이익 추구를 우선한다는 의심을 유발할 수 있고, 선행매매 등으로 고객 자산관리에 소홀해지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당국은 파생상품의 경우 높은 레버리지로 손실 위험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뒀다. 이 때문에 자발적으로 자기매매를 금지하는 금융투자사들이 이미 상당수 존재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수년전부터 자체적으로 장내파생상품 자기매매를 금지해왔다. 삼성선물 등 대형 선물사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파생상품 거래는 워낙 위험이 크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부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 직원의 자기매매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며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이미 금융투자사 임직원의 파생 자기매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행정편의주의 비판 쇄도


그러나 이번 규제가 온전히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미 업계 내에서 자발적인 파생 자기매매 규제가 상당부분 이뤄져 온 상황에서 금융투자사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파생매매 쪽에 특화해 고객을 응대했던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경우 날벼락을 맞았다. 자기매매가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 최악의 경우 퇴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매매가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시장을 계속 파악하고 고객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며 "선물·옵션 자기매매에 대해서만 무조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기매매 없이 영업을 하라는 것은 골프책만 읽고 골프를 가르치라는 것과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가 파생상품 시장을 두 번 고사시키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각종 규제로 선물·옵션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때 세계 최대 파생상품 시장으로 떠올랐던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규제 여파로 거래가 부진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파생상품 거래량 순위는 2011년까지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현재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입장에서는 가격 신뢰를 위해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 절실하다"며 "자기매매 비중이 크든 작든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원천 봉쇄로 인해 건전한 투기적 거래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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