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빅뱅’을 몰고 올 대우증권 인수합병(M&A)에서 매각 무산 가능성이 솔솔 나오는 가운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매각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계획대로라면 대우증권 인수전의 승자(勝者)는 올해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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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30일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의 패키지 매각을 위한 최종입찰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증권 매각은 내달 18일까지 인수후보들의 내부실사를 거쳐 21일 본입찰를 실시하고, 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자는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연내 선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어서 업계에서는 내달 24일을 전후해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은 산은자산운용과 패키지 방식으로 진행되고 대상 주식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1억4048만1383주), 산은자산운용 100%(777만8956주)다. 매각 원칙은 ‘매각가치 극대화’와 ‘국내 자본시장 발전’ 두 가지다.
인수 후보로는 KB금융지주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지난 2일 예비입찰에서 입찰적격자로 선정돼 현재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 상황은 산업은행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M&A의 성패가 인수 제안가격이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원하는 몸값을 받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극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주가가 좀처럼 뒷받침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8월 24일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매각 공식 발표 이후 대우증권의 주가는 한 때 장중 1만3250원(9월 17일)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장중 1만원이 붕괴되는 등 좀처럼 힘이 실리지 못하고 지금은 1만350원(30일 종가)로 내려왔다. 이는 장중 최고가 대비 21.9%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팔려고 내놓은 대우증권 지분 43%의 주식 가치도 1조8600억원에서 1조4500억원으로 속절없이 떨어진 상황이다.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 30%와 패키지 매각 대상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장부가 650억원)를 고려할 경우, 2조4800원에 달했던 매각예상가는 2조원에 못미친 1조9600억원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경우 매각 지분에 대해 현 장부가대로 주당 1만2600원 수준인 1조7800억원은 받아야 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은 이와는 별도지만, 대우증권 현 주식 시세와 비교할 때 3200억원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