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산타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예상 밖의 서프라이즈는 고사하고 기대했던 선물을 다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CB는 1년3개월만에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 기간 연장에 나섰지만 좀더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기다렸던 시장 눈에는 차지 않았다. 이번 부양책 효과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 뚜렷해지면서 산타랠리 기대도 반감되고 있다.
◇ 기대만큼 커진 실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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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는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05%에서 동결하고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내렸다. 양적완화 기간도 2017년 3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는 자산매입 규모를 250억~300억 유로 가량 추가로 확대할 것이란 전망 외에는 대체로 일치한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시장은 환호보다는 실망매물로 화답했다.
이날 통화정책 회의 이후 유로존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급등했다. 시장 파급이 큰 추가 자산매입 불발된데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비롯 연일 ECB 인사들의 비둘기 성향의 발언이 이어진 여파로 최근 강세를 되돌림했다는 분석이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가 항상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 기대감을 줬던 만큼 실망이 더 컸다"며 "자산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채매입 한도 확대 언급이 없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 ▲ ECB 금리정책 추이(출처:하나금융투자) |
◇ 일부 긍정적 효과 기대
이날 부양책이 기대에 못미쳤지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금금리 인하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향후 대출 확대나 물가 반등을 이끌 것이란 점에서 중장기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6개월 연장돼 ECB 자산매입 규모는 기존보다 3600억 유로 늘어난 1조5000억 유로로 증가하게 됐다.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만기도래 채권의 재투자나 자산매입 범주에 지방채가 포함된 것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는 "적격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이 지속되는 점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민간부문 대출을 통해 기업 대출 시장의 활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 추가부양 여부 분분
당장 실망감에 따른 시장 약세가 불가피한 가운데 ECB의 추가 부양 가능성 여부도 엇갈리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필요할 경우 다른 정책수단을 쓸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추가로 내놓을 카드가 여전히 있음을 의미한다.
이날 회의 결과가 시장 기대에 못미친 데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어느정도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주 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모든 카드를 다 꺼낼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ECB가 올해와 2017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상향조정했고 유로존 경기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 향후 추가 완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지난 1월과 달리 시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 부양 효과도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국 FOMC 경계모드 전환
ECB의 선물이 시원찮았던 반면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더 또렷해졌다.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경제 성장이 향후 1~2년간 고용시장의 추가 개선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하며 금리인상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예정된 고용지표도 양호한 모습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당장 시장은 이달 중순까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경계모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로화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가 주춤했지만 향후 완만한 달러 가치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금리인상 경계감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