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뉴스에서의 '어뷰징(검색 조작)'이나 낚시성 기사를 근절하기 위한 언론사·학계·시민 단체의 노력이 가시화된다. 이들로 구성한 제 3의 기구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다음) 입점 언론사를 제재할 수 있는 심사 규정을 마련, 올 3월부터 적용키로 했다.
다만 평가위원회 내에 언론사와 직접적으로 이해 관계를 갖고 있는 단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나 규정안이 포털 업체의 뉴스 사업 및 전략과 다를 경우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한국방송협회·신문협회 등 총 15개 단체로 구성된 뉴스제휴평가위는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 규정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배정근 소위원장, 허남진 위원장. /이명근 기자 qwe123@ |
오는 3월1일부터 시행되는 규정은 매체 입점 기준을 깐깐히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어뷰징이나 광고성 기사를 쓰는 언론사를 걸러낸다는 것이 골자다.
우선 매체 제휴 기준을 보면 ▲신문사업자, 정기간행물사업자, 방송사업자, 인터넷신문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 또는 인·허가 받은지 1년이 지난 매체 ▲일정 수준의 기사 생산량과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매체 ▲전송 안전성 등 기술성을 확보한 매체 ▲'뉴스콘텐츠 제휴' 및 '뉴스스탠드 제휴'의 경우 '뉴스검색 제휴' 매체사 등록 후 6개월이 지난 매체 등을 충족해야 한다.
평가위는 입점을 원하는 매체에 대해 기사 생산량이나 자체 기사 비율 등 '정량평가'와 저널리즘 품질 요소, 윤리적 요소 등이 포함된 '정성평가'를 시행한다. 예를 들어 일간지는 기사 생산량이 매월 200건 이상 되어야 한다는 식이다. 이를 토대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휴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평가위는 제휴 매체의 불량 행위도 모니터링을 통해 골라낸다는 계획이다. 중복·반복 기사 전송이나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 키워드를 남용한 기사를 발견하면 5단계로 나눠 제재를 시행한다는 것. 평가위원회는 일정 수준 이상의 벌점이 쌓인 매체에 대해선 최종적으로 계약 해지 요건이 된다고 소개했다. 계약이 해지된 매체는 1년 동안 포털에 들어올 수 없다.
평가위는 매월 1회 제휴매체에 대해 정기 평가를 하고 수시평가도 시행할 계획이다. 허남진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위원장은 "작년 10월 평가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30여차례의 회의를 통해 마련한 기준안"이라며 "이번 기준안이 언론 생태계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규정은 포털 업체가 아닌 외부 기구를 통해 뉴스 콘텐츠의 옥석을 가린다는 점에서 지금의 뉴스 유통 관행에 제동을 걸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국내 최대 온라인 뉴스 유통 플랫폼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콘텐츠를 정화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만 심사를 담당하는 평가위원회가 특정 언론사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작년 10월 공식 출범한 평가위원회는 한국방송협회와 신문협회,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온라인신문협회 등 학계와 언론 및 시민단체 총 15개에서 각각 2명씩 추천한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방송협회와 신문협회 등 언론사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단체가 6개나 된다. 비율로는 40%에 해당해 적지 않은 수치다.
당초 위원회를 꾸릴 당시에는 이 기구를 투명하게 운영하기로 했으나 로비와 청탁 등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구성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선 일부 언론사의 전현직 기자나 임직원이 평가위원회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뷰징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사가 자사를 포함한 경쟁 언론사를 심사하는 것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란 지적이 나올만하다.
평가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업 및 정책과 맞지 않을 경우 뚜렷한 해소 방법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평가위원회는 '뉴스콘텐츠 제휴'나 '뉴스스탠드 제휴' 자격으로 "뉴스검색 제휴 등록 이후 6개월이 지난 매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를 포털 업체들이 수용할 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에 대해 평가위원회측도 "콘텐츠 심사를 통해 제휴 기준을 통과한다 해도 포털 업체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휴평가위원회의 심사 기준을 충족한다 해도 포털 뉴스면에 입점할 지는 포털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두 회사는 뉴스 콘텐츠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곳인데 아무리 외부 기관의 공정한 평가 잣대로 제휴 업체를 가린다 해도 결국 포털업체의 사업이나 전략에 따라 취사 선택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포털업체만 뉴스 유통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