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국 증시가 7% 이상 급락하며 또다시 서킷 브레이커 작동으로 조기 폐장됐다. 올 들어 4거래일 중 벌써 두 번째다. 게다가 이날은 개장 30여분만에 거래가 중단되면서 중국 증시가 역사적으로 가장 짧은 시간동안 거래되는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중국 증시 혼란 뒤에는 경기 둔화 우려와 위안화 평가절하 등 악재가 즐비한 영향이 컸지만 시장에서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당분간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키울 요인으로 지목된다.
◇ 거래중단, 올들어 나흘새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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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중국은 올해 1일부터 증시 변동성이 심화할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했다. 본래 개별 종목에 한해 전일 종가 대비 ±10%의 가격제한폭이 존재했지만 시장 전반이 크게 흔들릴 경우 속수무책인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제도에 따르면 중국 CSI300 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대비 ±5% 이상 등락할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15분간 중단한다. 또 장 마감 15분 전인 오후 2시45분 이후 ±5% 이상 급등락하는 경우나 장중 7% 이상 등락할 경우에는 거래를 완전히 중단한다.
서킷 브레이커가 처음 도입된 지난 4일 중국 CSI300 지수는 오후 1시30분경 5% 이상 하락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했고, 거래 재개 이후 7% 이상 급락하며 거래가 중단됐다. 이날은 개장 후 13분여만에 5% 이상 급락하며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개장 후 불과 29분만에 7% 이상 급락으로 거래가 완전히 중단됐다.
◇ 발동 기준 너무 낮고 거래중단 시간도 짧아
시장에서는 불과 나흘 사이에 서킷브레이커로 인한 거래 중단이 2번이나 발생하면서 서킷 브레이커 제도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이 중국 증시에 맞지 않게 너무 '타이트'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과 거래 중단 기준은 5%와 7%로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의 경우 거래 중단 기준이 7%와 13%이고 20% 이상 하락할 경우에 거래가 중단된다.
2007년 이후 상하이 증시가 7% 이상 하락한 것은 16번이지만 실제 종가에서 7% 이상 내린적은 10번이다. 오히려 7%이상 내렸다가 2.6% 상승으로 마감한 적도 있다. 지난해 6~9월 사이 중국 CSI300 지수는 20차례에 걸쳐 5% 이상 급락했고 7%이상 낙폭을 확대한 경우는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잭슨 왕 화룽국제증권 부책임자는 CNBC에서 "지수 낙폭이 4%에 가까워지면 매도 호가가 크게 늘어나며 순식간에 5%까지 내려간다"며 "5%나 7% 기준은 중국 증시 기준에서는 상당히 짧다"고 말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도 "중국 증시 혼란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상한 서킷브레이커 정책이 한몫하고 있다"며 "7% 범위는 너무 좁다"고 지적했다.
하오홍 보콤인터내셔널홀딩스 스트래티지스트는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인 5%와 거래중단 기준인 7% 낙폭 사이가 좁아 5% 급락 후 곧바로 7%로 낙폭을 확대시키는 '자석효과'를 가져온다"며 "시장 유동성을 일거에 흡수해 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첫 서킷 브레이커 발동 시 일시적인 거래 중단 시간 간격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킷 브레이커 발동 시 중단시간은 30분으로 논의됐지만 15분으로 짧아졌다. 너무 짧은 서킷 브레이커 시간에 오히려 투자자들이 추가 매도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증시가 익일 결제인 T+1제도인 점도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익 결제이기 때문에 당장 팔지 않으면 다음날에야 결제가 가능하다는 막연한 우려가 매도세를 더 부추겼다는 얘기다.
◇ 중국 당국 능력 '도마위'
이렇다보니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손실을 제한시키겠다는 기존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신뢰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루안 샤오페이 창안펀드운용 매니저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투자자들은 팔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에 쌓여 더 빠르게 매도에 나선다" "시장 유동성을 줄이면서 주가를 더 빠르게 끌어내린다"고 설명했다.
일단 중국 정부는 시장 비판이 쏟아지자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제도 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는데도 당분간 부침이 거듭될 전망이다.
웬디 리우 노무라 스트래티지스트는 서킷 브레이커 발동 기준이 너무 낮아서 생긴 상황을 빗대어 "'숏 서킷'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수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강 중웬증증권 스트래티지스트도 "투자자들이 새로운 매커니즘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 익숙치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수가 서킷 브레이커 발동기준에 근접할 때마다 매도 압력과 공포 심리를 더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