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판이 바뀐다]①공시 의무화의 '빛과 그림자'

  • 2016.05.19(목) 14:14

하반기부터 공매도 잔고 0.5%이상 공시 의무
명확한 정보 접근 가능…순기능 훼손 우려도

공매도 공시 개편 방안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지금보다 한층 깐깐해지는 터라 시장에서는 직간접적으로 미칠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제도변화가 시장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자칫 공매도의 순기능마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가로 젖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잔고 공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 4월 세부사항과 법적 근거를 확정한 금융위원회의 시행령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6월 30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앞으로는 상장주식의 공매도 잔고가 0.5% 이상인 매도자의 경우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성명 등의 인적사항과 해당증권 종목명, 보고의무 발생일, 해당증권의 순보유잔고 비율 및 수량을 직접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를 하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상장주식의 공매도 잔고가 0.01% 이상이더라도 순보유잔고 평가액이 1억원 미만이면 공매도 잔고 보고대상에서 제외해 소액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반면 공매도 순보유잔고가 10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비율에 관계없이 보고대상이 되도록 조정했다.

 

이는 2013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공동발표한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실제 입법화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본래 정부는 2012년 8월부터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를 도입했고 특정증권에 대해 총 발행주식의 0.01%가 넘는 공매도 잔고 보유 투자자들에 대해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 때만 해도 제도 위반자에 대한 벌칙조항이 따로 없었고 금감원과 거래소가 내부정보로만 활용돼 왔지만 이번 제도 보완으로 위반자의 벌칙 부과와 공매도 잔고공시제도가 실질적으로 가능해 진 것이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공매도 잔고에 대한 정보 확인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의 소액 공매도 거래자의 경우 보고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대량 공매도의 경우 비율에 상관없이 공시하도록 해 그동안 발생했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공매도 잔고보고의 공백도 메꿀 수 있게 됐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추세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거래소가 한 달에 2번 개별 상장종목에 대해 미청산 공매도(short interest) 자료를 공개하고 홍콩 역시 공매도 잔고가 발행주식의 홍콩달러 기준 3000만 달러 이상이거나 공매도 잔고가 발행주식의 0.02% 이상일 경우 규제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시 의무화와 벌칙 부과 등을 통해 그만큼 공매도 규제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이번 조치도 공매도 전략의 활용을 불편하게 만들어 공매도를 억제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주체의 인적사항이 공시되도록 한 것도 일부에서는 우려를 사고 있다. 유통 물량이 적은 종목의 경우 소량만 공매도에 나서도 이를 공시해야 하기 때문에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전략들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논리다. 롱숏전략을 활용하는 국내 헤지펀드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공개되면 시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개별주식의 일간 공매도 수량과 거래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만 어떤 기관이 얼마나 공매도를 했는지 공매도 주체에 대한 부분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홍콩 역시 공매도 주체의 인적사항은 공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공매도와 관련된 정보공시에 대해서는 익명성을 보장할 필요성도 제기된다"며 "공매도 거래활동이 얼마나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총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익명성이 훼손되면 공매도 기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공매도 공시법이 공매도 투자자의 전략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단순한 발상"이라며 "공매도 공시의 경우 3영업일까지 보고하면 되고, 공매도 잔고와 단순 인적사항만 알 수 있을 뿐 다른 국가처럼 실제로 구체적인 포지션을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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