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쏟아지는 결제 사라지는 지갑

  • 2016.05.25(수) 09:48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2부 삶이 변한다> 현금없는 사회
스마트폰과 핀테크의 결합 '디지털 월렛'
'**페이' 사용 급증 '메신저 송금'도 활발

사례1. 태국 방콕에 사는 직장인 마크 씨(27)는 신용카드가 없다. 현금을 선호하는 여느 태국인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모바일 선불 충전 방식의 '라인페이'를 애용한다. 태국인 절반 가량(3300만명)이 사용해 '국민메신저'로 불리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적용된 결제 기능이다. 라인페이는 은행 계좌 하나만 연동해 놓으면 몇번의 터치 만으로 결제가 뚝딱 이뤄진다. 마크 씨는 라인페이로 아기자기한 라인 스티커를 주로 구매하고 이 외에도 음악 및 동영상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사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값을 계산한다.

 

사례2.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8) 씨는 요즘 지폐나 동전은 물론 플라스틱 카드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다. 간편결제 앱이 깔린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 되기 때문이다.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에는 교통카드 '티머니(T-money)'를 비롯해 NFC(근거리무선통신) 터치 기술 등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기능이 제공되기 때문에 굳이 지갑을 꺼낼 일이 없다. 전에는 신용카드를 비롯해 각종 포인트 적립카드를 지갑에 두툼하게 넣고 다녔는데 이마저 필요없게 됐다. 통합 관리 앱에 카드 정보를 죄다 등록해 놓았기 때문에 요샌 지갑이 홀쭉하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핀테크(Fintech)' 기술의 등장으로 지갑이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잔돈이나 지폐, 신용카드를 담고 다니는 지갑이 자취를 감추는 대신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월렛(Wallet)'이 부상하고 있다. 

 

결제 환경이 빠르게 바뀌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처음으로 모바일금융 서비스 이용행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이른바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결제 시장이 생기면서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네이버와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를 주축으로 결제 서비스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태국에서 결제 서비스의 '한류'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 간편결제 '페이코'를 서비스하는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말부터 전국 1800개 가맹점을 보유한 '이디야 커피' 매장에 페이코 전용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 성큼 다가온 '현금없는 사회'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줄고 있으나, 앞으로는 지갑 자체도 의미가 없어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보유 비율이 90%에 육박하면서 스마트폰이 지갑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1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이 평소 보유하는 현금 규모는 2014년(7만7000원)에 비해 3000원 감소한 7만4000원이었다. 현금이 줄어든 대신 신용카드와 체크·직불카드를 많이 들고 다녔는데 2015년부터 모바일카드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모바일카드 보유율은 6.4%로 전년(3.7%)보다 두배 가량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모바일금융 서비스 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통해 상점이나 인터넷에서 상품구매 대금을 결제할 때 주로 모바일카드를 많이 사용했고, '무슨무슨 페이(Pay)'로 불리는 전자결제 사용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면서 한국은행은 아예 시중에 동전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초 발표한 '지급결제 비전 2020)'에 따르면 올해부터 선진국의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모델을 연구해 우리나라에도 ‘동전 없는 사회’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가 도입되면 지금처럼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대신 충전식 선불카드 등 다른 결제 수단이 활용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현금 1만원짜리로 9500원짜리 상품을 구입할 때 거스름돈 500원을 받지 않고 가상계좌와 연계된 선불카드에 500원이 입금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잔돈이 선불 방식으로 충전되거나 계좌로 입금돼 동전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아울러 실물 동전의 스마트화되면서 전자결제 기술이 발전하고 모바일결제 생태계 조성에도 일조할 수 있다.

 

◇ 결제 주도권 놓고 '페이의 전쟁'

 

현금과 플라스틱 카드 대신 전자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이른바 '페이(Pay)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진영에선 삼성페이에 이어 'LG페이(LG전자)'가 올 하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으며, 인터넷 진영에선 네이버와 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페이코) 등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네이버는 국내(네이버페이) 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통합결제 '라인페이'를 선보이며 '결제 서비스의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라인페이는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결제 서비스다. 라인이 일본 뿐만 아니라 태국 등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다보니 부가 기능인 결제가 현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주식회사는 지난달 태국 BTS그룹과 자본제휴를 통해 합작법인 '래빗 라인페이'를 설립하고 현지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래빗 라인페이는 태국인들이 주로 쓰는 충전식 선불카드 '래빗(Rabbit) 카드'를 라인에 접목한 것인데 이를 사용하면 태국 대중교통 수단인 지상철 BTS 티켓 결제는 물론 BTS그룹이 확보한 4000여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손쉽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라인은 작년 6월부터 태국에서 라인페이를 선보이며 온라인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향후 오프라인 결제 기능이 추가된 래빗라인페이가 가세하면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페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검색포털 네이버를 기반으로 한 '네이버페이'를 키우고 있다. 작년 6월 정식 서비스한 네이버페이는 서비스 이후 오픈 6개월만에 월 거래액 2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페이 서비스 가운데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아이디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결제, 충전, 적립, 송금까지 가능한 간편결제 서비스로 실물 쇼핑뿐 아니라 웹툰, 영화, 뮤직, 북스 등 네이버의 디지털콘텐츠를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의 통합 핀테크 브랜드 카카오페이는 현재까지 850만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고 영수증을 관리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청구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친구에게 메시지 보내듯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와 별개로 콜택시와 대리운전, 주차, 헤어샵 등 다양한 O2O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결제 서비스를 연결해 카카오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외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는 지난 4월말 기준으로 누적 이용자수 360만명, 본인인증 가입자수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페이코는 간편결제 가운데 유일하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고 있는데, 결제 뿐만 아니라 송금과 포인트 적립 기능을 강화하며 금융영역에서 서비스를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페이 서비스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되면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소비 진작을 위한 규제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모바일쇼핑의 공격적인 성장과 O2O서비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간편결제 이용자 수 증가는 가속화될 것"이라며 "서비스업체의 수수료 수익은 제한적이나 향후 확보된 가입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서비스의 고도화 및 신규 서비스 흥행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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