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AI]①'츤데레' 여고생과의 대화

  • 2016.05.24(화) 17:46

글로벌 IT 공룡들, 죄다 인공지능 '열공'
SF영화 현실로…'개인 비서' 경쟁 치열

'알파고(AlphaGo)' 충격이 가시기 전에 구글이 이번엔 영화 '아이언맨'의 인공지능(AI) 집사 '자비스'를 연상케 하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주주들에게 미래 비전으로 'AI 퍼스트(First)'를 제시하고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글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너나 할것 없이 인공지능 기술을 경쟁적으로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

 


"이름이 뭐니?" 라고 말을 걸자 조금 놀란 듯이 "앗 뭐라고?(えっ え、なんて?)"라고 답한다. 한국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미안 나도 잘 모르겠다"고 대꾸하자 그쪽도 체념하듯 이모티콘(´・ω・`)과 함께 "조금 잘 모르겠네(ちょっとよくわかんないよー)"라고 말한다. 말이 안통하는 것 같아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채팅창으로 날렸더니 똑같이 스티커로 화답한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작년 8월 네이버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인공지능 여고생 '린나(rinna.jp/rinna)'의 실제 사용담이다. 린나는 애플의 '시리(Siri)'와 같은 대화형 AI이다. 누구나 친구로 등록하고 바로 대화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린나는 기존 AI처럼 묻는 말에만 딱딱하게 대답하고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을 걸면 퉁명스럽고 새침한 답변들, 그야말로 여고생다운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린나를 인터넷 신조어를 사용해 '츤데레(ツンデレ, 겉은 무뚝뚝하지만 속은 따뜻한) 대화 친구'라고 소개하고 있다.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린나는 대화 외에도 재미있는 부가 기능을 제공한다. 인물 사진을 찍어 보내면 얼굴만 합성해 보내준다거나 5분 동안 채팅하면서 가타카나 및 영어를 사용하면 벌칙을 주는 게임 기능이 있다. 린나는 현재 270만명 이상이 친구로 등록해 사용할 정도로 인기다. 일본 MS는 앞으로 화상 및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하고 다른 기업들에 비즈니스용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 일본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여고생 인공지능 '린나'의 소개 페이지. 린나는 일본에서 MS의 검색엔진 '빙(Bing)'이 개발 및 운영을 맡고 있는데 작년말부터는 트위터로도 서비스 되는 등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구글 필두로 개인비서 경쟁 치열

린나 사례처럼 MS를 비롯해 구글과 IBM 등 인공지능 영역의 강자들이 이 분야를 실제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이나 PC에선 구글 '나우'나 애플 '시리'처럼 사용자와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일을 대신 수행하는 '개인비서' 경쟁이 치열하다.

 

의료 산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법을 제시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업(로보어드바이저)을 비롯해 제조업(스마트 팩토링)과 공공 서비스, 심지어 전문가의 영역으로 여겨온 법률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판례 분석 서비스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가장 화려하게 꽃피는 분야는 IT 산업이다. 인공지능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구글은 최근 가시적인 결과물을 쏟아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영국의 인공지능 기업 '딥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인수하고, '딥러닝'이란 기계학습 기술을 고도화시켜 만든 '알파고'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구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난 18일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란 인공지능 서비스를 소개, 이 분야 주도권을 움켜쥐고 있다.

 

사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지난 2012년에 발표한 '구글 나우'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집 안팎에서 자비스와 끊김없이 대화하듯 구글 어시스턴트는 '이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집안 어느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음성 명령 기반의 '구글 홈'을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마치 스피커처럼 생긴 이 제품은 "OK, 구글"이라고 말하면 일정 확인 및 변경, 날씨 확인, 인터넷 검색 등을 할 수 있다. 와이파이가 지원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있는 음악을 전송 받아 재생할 수도 있다.

 

구글은 이 외에도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된 채팅 기능인 '알로(Allo)'와 스마트폰 화상 통화를 안정적으로 지원해주는 '듀오(Duo)'란 앱을 올 여름에 내놓을 계획이다.

▲ 구글은 마치 스피커처럼 생긴 음성명령 기반의 제품 '구글 홈'을 올해 말경에 출시할 예정이다.


◇ 인공지능 플랫폼 주도권 다툼


구글 외에도 MS, 페이스북 등이 인공지능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린나를 서비스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지난 2014년에 미국에서 '코타나'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선보인 바 있다. 코타나는 애플 시리와 구글 나우와 같은 음성인식 기반 개인비서다. 일정 관리와 알람, 주식시세 알림 등을 제공한다. MS의 모바일 하드웨어 '윈도폰'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개발했다.

 

세계최대 인맥구축서비스(SNS) 페이스북 역시 인공지능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3년 말에 AI연구소를 설립, 이 분야 실력자인 얀 리쿤 뉴욕대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미국 실리콘밸리와 프랑스 파리 등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세워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를 통해 고급 지능을 가진 디지털 비서를 만들겠다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열을 올리는 이유는 향후 모바일 기기들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음성 비서 서비스를 중심으로 플랫폼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에 구글과 애플 두 회사가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플랫폼화해 산업을 혁신하고 생태계를 이끌었던 것처럼 이제는 각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플랫폼화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구글만 해도 방대한 영역에서 확보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검색을 비롯해 모바일이나 인맥구축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주력인 SNS로 확보한 사용자 정보,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매일 올라오는 6억장의 사진들에 각각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 혹은 사람들이 매일 올리는 수많은 텍스트를 단어별로 의미를 쪼개 인공지능을 통해 파악하고 이 가운데 이용자와 밀접한 자료를 선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인력만으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인공지능 플랫폼 기반의 기술 혁신 물결이 이른바 '제4차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며, IT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인공지능 보고서를 통해 "제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을 연결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새로운 서비스는 인구고령화와 노동인구의 감소, 과잉 생산 등에 직면하고 있는 선진국의 산업 구조에서 비효율을 제거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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