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한달여 앞둔 뒤숭숭한 장세에서 연기금이 증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발을 뺸 사이 든든한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런 흐름은 연말까지 꾸준히 이어질 전망으로 앞으로도 7조원 이상 매수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연기금들의 구미를 당기는 종목에 대한 관심도 크다.

◇ 외국인 빈자리 채워준 연기금
최근 한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7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대부분 순매수를 기록 중이며 특히 연기금이 9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선봉에 섰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9일 이후 추이를 보면 둘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외국인은 21일까지 7732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연기금은 4525억원 순매수로 지수 하락 방어에 나섰다.
외국인 매도는 트럼프 쇼크에 따른 강달러 여파가 크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 우려로 일단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는 것이다. 신흥국 전반에서 자금이 빠져나면서 한국도 이를 비껴갈리 만무하다. 이미 미국으로 유동성 쏠림현상이 심화되며 돈이 몰려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은 물론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연말까지는 외국인 매수 재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외국인 순매도가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신흥국 통화약세 우려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연말로 갈수록 영향력 커진다
이에 따라 지수 하단을 그나마 지지해주고 있는 연기금에 대한 증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행히 연기금은 5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 순매수 규모가 확대되면서 시장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통상 연말로 갈수록 매수강도를 키워온 계절성을 감안할 때 순매수 지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기금은 지난 2000년 이후 2009년을 제외한 매년 11월과 12월 항상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기금 매수가 2010년 이후 평균인 6270억원의 40% 수준에 불과하다"며 "연말로 갈수록 올해까지 계획된 자금집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올해는 연말까지 1조원 자금집행까지 예정돼 있어 이런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싣는다. 연기금은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매출 300억원 이상, 일평균 거래대금 5억원 이상의 투자지침을 폐지하며 중소형주 매수 기대를 높였고, 실제로 11월 들어 중소형주에 대해 순매수로 전환했다.
IBK투자증권은 연기금의 매수 가능 금액을 국민연금 6조3000억원을 포함, 7조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11조6000억원의 투자여력이 남아있고 약 95%선의 목표주식 비중을 채워온 것을 감안할 때 6조3000억원 가량의 추가 매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와 교직원공제회 등의 매수 여력까지 감안한다면 7조3000억원 가량 추가 매수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 연기금 단골메뉴 관심
자연스럽게 연말까지는 연기금 매수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연기금은 정보기술(IT) 업종과 금융, 소재/산업재 매수에 집중해왔다.
다만" 대신증권은 딘가 가격과 밸류에이션 매력 차이로 업종별 매수 강도가 차별화될 수 있다"며 "반도체 및 장비, IT 하드웨어, 디스플레이 등 IT업종의 탄력적인 반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은 11월 들어 연기금이 순매수하고 있는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SK, SK하이닉스, S-Oil,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건설, 롯데케미칼, 고려아연, 현대해상 등을 적극적으로 매수해 왔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 매수 상위 종목들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시가총액 순서와도 거리가 있다"며 "연기금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