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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新긴축 시대 사용설명서

  • 2016.12.16(금) 15:13

사회 초년병 시절 저축은행 특판 금리가 8~9%대를 넘나들던 시절이 있었다. 갑자기 왠 까마득한 옛날 얘기냐 싶겠지만 기자 입장에서는 엊그제마냥 생생하다. 매년 기계적으로 들어놓는 예금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있으나마나 한 이자에 체념하고 과거의 저축은행 금리를 반사적으로 떠올린다. 당시엔 콧방퀴를 뀌었던 4~5%대의 시중은행 금리도 이미 '넘사벽'이 된지 오래다.

 

최근 취재원을 만나 재테크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기자보다 한참 늦게 현재 다니는 회사에 들어온 그에겐 기자가 잠시나마 맛봤던 저축은행 금리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물론 워낙 낮아진 금리 탓에 같은 나이 땐 생각도 못한 다양한 재테크 상품들을 일찌감치 섭렵하고 있다. 저금리가 만들어낸 우리 시대의 표상인 셈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이 1년 만에 금리인상을 재개했다. 바로 1년전 미국이 7년만에 금리를 올렸을 때 만큼의 반향은 아니었지만 1년간의 공백 끝에 미국이 다시 긴축에 나서면서 시장에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언제나 첫 테이프를 끊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최근 금리인상 만큼은 두번째 걸음을 어렵사리 뗀 것 또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필두로 한 공격적인 부양 행보는 금리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를 목도하게 했고 이번 금리인상을 계기로 완전히 마침표를 찍은 모양새다. 1년전 금리인상 때만해도 점진적인 속도가 예상된 반면, 이번에는 올해와 다른 행보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이 경기 확장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재정정책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간 줄곧 완화정책을 펼쳤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돈을 푸는 동시에 장기금리의 과도한 하락을 제한하고 나서면서 올해와는 분명 다른 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변화는 넉넉한 유동성을 누려왔던 신흥국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한국 역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바닥에 들러붙어 있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소위 이자 생활자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과거에 누렸던 고금리만 못해도 재테크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된다. 그러나 돈을 굴려 이자를 받는 입장만 생각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가계부채 공화국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로의 진입은 폭탄을 안고 불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

 

당장 인플레가 얼마나 오를까 싶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뒤에 놓인 요인들을 분석해보면 완만한 수요 증가뿐 아니라 트럼프 정책 등 오랫동안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온 헤게모니의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올해 우리가 이미 겪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처럼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경제가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선진국을 필두로 한 금리 상승 소용돌이에 제대로 휘말릴 경우 물가는 오르고 경제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도 가능하다.

 

전날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이에 대한 경고와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랜만에 꿈틀대는 인플레 덕분에 과거처럼 예금금리가 오를리도 만무하지만 추락하는 경제 속에서 이자 소득 증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간만에 도래한 인플레 시대를 즐기기 전에, 제대로 맞설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점검이 더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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