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차이니즘]②트럼프 vs 시진핑 '강대강 충돌'

  • 2017.02.07(화) 10:59

中, 美 보호무역 주타깃…교역·환율전쟁 예고
외교·안보도 날선 대립각…韓 샌드위치 우려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과 같다. 누구도 무역전쟁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지난달 19일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다보스 포럼에 참선한 시진핑 주석은 자유무역 수호자를 연상케하는 발언으로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평소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법한 이 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취임 전부터 미국의 일자리를 훔치고 있는 중국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에 대한 반격이다.

 

G2(미국과 중국) 수장들의 이처럼 놀랍도록 대조적인 모습은 미국과 중국간의 강대강 충돌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예고하고 있다. 둘 사이의 짙은 전운 속에 세계는 두려움에 떨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 美 보호무역주의 주타깃은 중국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했다. NTC는 무역과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노동부를 산하에 두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우려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지만 이들 수장의 면면만 봐도 가장 직접적인 타깃이 중국임을 직감할 수 있다. NTC 위원장을 맡은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반중 보호무역주의 경제학자다. 'Death by China(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의 저자로 유명한 나바로는 중국이 자유무역의 큰 틀을 전복시키고 있으며 이들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역시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 인물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대중 강경파로, 중국 철강업체를 상대로 반덤핑 제소를 담당했던 중국 킬러다.

 

미국이 중국에 유독 날을 세우고 있는데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보면 쉽게 와닿는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무역적자는 7390억달러다. 이 가운데 대중국 무역적자가 3480억달러로 전체의 47.2%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40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를 의식해 미국은 이미 최근 2년간 중국에 대한 반덤핑과 상과관세 조치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 고율관세, 中 물론 韓 중간재 수출에 타격

 

45%까지 관세를 올리겠다고 한 미국이 실제로 행동개시에 나선다면 중국의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국 수출기업들이 관세율 변화에 따라 추가 단가조정에 나서지 않는 것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미국의 대중 평균수입 관세율을 현행 3% 수준에서 45%로 높일 경우, 수출손실액은 1490억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대미 총수출의 근 40%에 해당되는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이 일괄적으로 45%의 고관세를 실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중국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중국 경제의 강한 하방압력 발생으로 한국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통상 갈등으로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10%포인트 감소할 경우 한국 수출은 3.4%포인트 줄어들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해서 중국이 재수출하는 AV기기, LCD 등과 달리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전기기기, 컴퓨터 및 통신기기, 기계류의 대미 수출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 무역 갈등으로 한국이 반사익을 얻었던 사례도 있다. 2009년 미국이 세이프가드를 통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제재조치에 나서자 생샨랑이 감소했고 국내 제조업체가 수혜를 누리기도 했다.

 

미국이 강도 높은 무역장벽을 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높은 관세 부과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기업 입장에서도 당장은 득이지만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들이 구매력이 줄어들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 中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증폭

 

미국의 관세 보복 등 직접적인 무역조치뿐 아니라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환율 조작을 통해 성장하면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맹렬히 비판해왔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 정의를 위해 중국의 환율개혁을 유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보고 있다. 취임 100일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의 환율조작국 지정 의지를 대놓고 피력했다.

 

미국이 2015년 제정한 무역촉진법(BHC 수정법안)에 따르면 무역수지, 경상수지, 외환시장 개입 기준 항목 중 2가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3가지를 모두 초과하면 심층분석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돼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진다. 중국인 이미 지난해 한국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중국도 미국의 공세를 그대로 받아들일 리는 없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된다면 중·미 간 무역전쟁이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미국 국채 매각이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규제 등 여러 카드를 준비해 놨다. 앞서 미국은 종합무역법에 근거해 1992년 이후 3년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고 당시 양국 간 긴장관계는 최고조에 달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시 중·미 간 갈등 고조와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교역 둔화, 금융불안 등 간접적인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한국 또한 원화 강세 압력과 함께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수출 및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중국이 환율 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3가지의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중 경상수지의 경우 향후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거나 위안화 절상을 통해 충돌을 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날선 외교·안보 대립→대북 리스크 확대

 

미국과 중국은 무역뿐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첨예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미국이 37년간 단교한 대만 총통과 전화를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후 대만 총통은 중남미 순방길 중에 보란듯이 미국에 들렀고 트럼프의 취임식에 축하 사절단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트럼프는 1979년 이후 미중 관계의 원칙이 되어 온 '하나의 중국'을 폐기 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국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환율과 무역 정책에서 진전이 나타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주권'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강하게 맞섰고, 실제로 남중국해에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대거 배치하고 나섰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이끄는 항모 전단은 지난해 12월 23일 서해 앞바다에서 대규모 실전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임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국제관계전문가인 스인홍(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대만, 티베트,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적인 이익에 도전한다면 중국도 단호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결국 미국의 대북강경책 강화와 중국의 소극적인 대북제제가 맞서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일연구원은 "미·중 양국이 경제뿐 아니라 역내 북핵문제 등 안보 현안을 연계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트럼프 변수로 인해 북핵문제도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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