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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게임사, 대박 신화의 명암

  • 2017.02.14(화) 16:54

모바일 시대, 게임사 兆단위 덩치 불려
성장 이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필요

게임사들이 '글로벌'과 '모바일' 두 개의 성장 동력으로 날개짓을 하면서 괄목할만한 재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 곳은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두 곳. 여기에 1조원에 살짝 못 미친 엔씨소프트(9836억원)까지 포함하면 무려 3개 게임사가 조단위로 덩치를 불렸습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게임 업계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은 넥슨이 유일할 정도로 조단위 실적은 드문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는데요. 넥슨은 어느새 2조원을 눈앞에 둘 만큼(1조9358억원) 몸집을 키웠습니다. 2015년 첫 1조원 매출을 달성한 넷마블게임즈는 1년만에 5000억원을 더하며 폭발적으로 성장(1조5061억원)했습니다.

 

메이저 업체들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가혹한 근무 환경 등 씁쓸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신작 출시를 앞두고 주말 근무와 밤샘을 반복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가고 있는데요. 얼마전 몇몇 대형 게임사의 그래픽 담당자와 개발자가 돌연사 하거나 투신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격무에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게임사들의 근무 시간은 과도한 수준입니다. 지난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국회의원(정의당)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는데요. 한 메이저 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하루 노동시간이 정규 근무 시간(8시간) 이상에 달한다고 응답한 이들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신작 출시를 앞두고 며칠간 집중 야근하는 이른바 '크런치 모드'에 대한 고통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3명 중 한명 꼴로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임 업계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흥행 산업의 특성상 출시 초반의 성과에 따라 '대박'이냐 '쪽박'이냐로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모든 역량을 한꺼번에 쏟아 부을 수 밖에 없습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회사 소파에서 대충 숙박을 해결'하며 성공 신화를 일궜던 선배 세대들의 개발 문화가 이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게임 시장이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재편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PC온라인에 비해 모바일게임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숨돌릴 틈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모바일게임 가운데 역할수행게임(RPG) 장르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격무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게임을 해본 분들은 알겠지만 보통 RPG 장르는 게이머가 주어진 미션을 하나씩 완수해가면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키우는 방식입니다. 즉 게임 한판을 끝내면 새로운 판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내용이 단순하기 때문에 매번 다른 배경이나 캐릭터, 아이템 등을 갖춰야 게이머가 지루해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은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합니다. 주기는 제각각이나 매출 상위권에 속하는 한 RPG의 경우 일주일 단위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데이트는 소소한 밸런스 조정에서부터 거의 새로운 게임을 만들다시피하는 대규모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업데이트의 결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됩니다. 얼마나 잘했냐 여부에 따라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쪼그라드는데요. 모바일게임치고 2~3년 이상 '장수'하는 게임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기 흥행하는 게임일수록 업데이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봐야 합니다. 신작 개발 못지 않게 업데이트의 중요성이 크다는 얘기인데요. 그만큼 개발자를 비롯한 직원들이 기계처럼 일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게임사들의 외형은 전에 없이 커졌으나 근무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게임사 경영진이 일하는 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침 대형사를 중심으로 근무 환경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 넷마블게임즈는 지난 13일부터 야근 및 주말근무를 없앴으며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업데이트나 신작 개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 결정일텐데요. 그럼에도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펼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 게임 산업의 경쟁력이 덩치 만큼이나 한단계 업데이트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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