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달 '뉴 이슈']①불붙은 국경세 논란

  • 2017.02.20(월) 16:07

국경세 도입 놓고 혼란…美 자국우선주의 맥락
달러 강세시 부메랑될 우려…불확실성 아직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간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고, 재정확대 정책은 아직 안개 속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당선 직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이슈들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점화됐다. 국경조정세 도입과 금융개혁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 달 새 시장에서 새롭게 조명된 트럼프 이슈들을 점검해봤다.[편집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 세제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으로 그간 시장의 관심은 주로 감세안에 집중됐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국경세 도입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하고 있다. 실제 현실화될 경우 국내외 파급이 적지 않을 수 있어서다. 다만 국경세 도입시 자칫 미국이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 수입품 세금 물려 자국생산 유도

 

국경세는 미국이 나라 밖으로 수출하는 물품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 수입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세율은 20%선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경세 도입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와 함께 그 줄기에 놓여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일맥상통한다. 수입품에만 세금을 물려 미국 안에서의 기업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미국내 수출 기업이 세금 감면을 받게 되는 대신 수입을 하는 미국 기업들도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철저히 미국내 제조업 부흥을 위한 리쇼어링(Reshoring) 의도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본래 국경세는 트럼프가 먼저 적극적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다. 미국 공화당이 지난해 6월 법인세 감면에 따른 세수부족을 대체할 새로운 과세 시스템으로 제안한 것으로 트럼프는 공화당의 제안내용이 다소 복잡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다만 집권당인 공화당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트럼프도 자신의 공약으로 내건 대규모 감세안 추진을 위해서는 이에 따른 세수 부족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세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국경세 도입도 함께 병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 달러 강세 유도해 美에도 부메랑

 

국경세 도입은 해외는 물론 미국내에서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경세 도입으로 얻는 실익도 크지만 그에 따른 반작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경세 도입 시 대미 수출국들은 미국 밖보다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유리해진다. 미국 기업들 역시 자국 안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당장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에서 생산이 활발할 수밖에 없었던 자동차업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아울러 국경세 도입이 달러 강세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미국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는 만큼 미국내 투자가 늘어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미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이 상승하면 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 결제 수요도 커지기 때문에 달러 강세를 유발할 것이란 논리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면 수입품 가격과 함께 물가가 상승할 수 있어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도 달러 강세가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수출기업들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다. 보호무역주의를 위해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것과도 배치된다. 하나금융투자는 "국경세가 달러 강세를 야기한다면 애초에 의도한 것과 반대로 미국 제조업체들에게도 잠재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골드만삭스는 국경세 도입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오르고 소비자물가지수(PCE)도 지난해 12월 1.6%에서 2.4%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는 국경세 도입시 미국내 신차가격이 평균 8%(약 2500억달러) 상승하면서 연간 200만대의 신차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한국 역시 자동차 시장이 직잡적인 타격을 받고 전자와 반도체, 석유화학 등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 부작용 명약관화…아직까진 도입 불확실

 

이처럼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국경세 도입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크다. 무엇보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미국이 손쉽게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미국의 물가 급등 시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면서 경기가 위축될 수 있고 무엇보다 명백한 WTO 협정 위반"이라며 "무역전쟁 선포와 보복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제시하게 될 국경세안의 경우 공화당이 제시한 것보다는 완화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기대다.

 

공화당이 주장한 안이긴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경제 성장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 상원 통과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미국 국경세 도입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면서 글로벌 교역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며 "미국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제 도입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 국경세가 관세?…공화당이 주장하는 국경세란

 

국경세(Border tax)는 말 그대로 과세 물건이 정치적, 경제적 국경을 통과할 때 과세되는 세금을 뜻한다. 국경세의 반대 개념은 국내세로 나라 안에서 과세되는 세금을 말한다.

 

국경세는 국외에서 수입한 상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에 해당한다. 관세는 모든 국가에서 널리 사용해온 무역정책 수단으로 1948년 이후 수차례 지속된 가트(GATT,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 하에서의 다자간 무역협정 과정에서 대폭적인 관세 인하가 이뤄졌다.

 

미국 공화당이 추진하는 국경세는 기업들의 과세소득을 계산할 때 수입 물품에 대해서는 공제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제도다. 기업의 수입 비용이 많을수록 과세소득이 많아지는 것이다.

 

국경세 세율이 최종소비국에 따라 결정되는데 수출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주고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해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된다. 수출기업은 해외매출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고, 나머지 비용을 차감하면 과세소득이 음(-)을 기록해 오히려 세금환급을 받는다. 반면, 수입기업은 매출원가중 수입분에 대한 세금 공제가 제한돼 법인세액에서 차이가 나게 되고 수입품이 많을 수록 기업 부담이 커지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로 법인세가 인하되더라도 국경세가 추가로 도입되면 수입품목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법인세 혜택이 결과적으로 제한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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