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발행어음이 초대형IB 길 터줄까

  • 2017.04.07(금) 14:36

투자자 유인과 자금 운용처 둘러싸고 반쪽짜리 지적

'한국판 골드만삭스'란 말 참 많이 들어보셨죠. 한국에서도 골드만삭스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지 꽤 오래됐는데요. 그만큼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오랜 염원이었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한국판 골드만삭스라 할 만한 증권사가 국내에서 출현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큰데요. 지난해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고 증권사들의 합종연횡과 자본확충이 잇따르며 진용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의 IB 출현을 목표로 증권사의 지속적인 대형화를 위한 징검다리 개념으로 자기자본 규모를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 등 3단계로 분류해 신규 업무 허용 범위를 설정했는데요.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5개 증권사가 4조원 문턱을 넘으면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핵심 신규 업무인 발행어음 사업 개시를 앞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과연 발행어음 사업이 증권사들에 실제로 도움이 되면서 초대형 IB로 거듭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두고 말입니다.

 

 

단 이름부터 익숙지 않은 발행어음이 뭔지 궁금하실 텐데요. 발행어음은 금융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영업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지급보증서입니다. 발행자가 약속한 기간 동안 어음을 소유하는 사람에게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금융상품인데요. 최대 만기가 1년으로 길지 않습니다.

 

본래 기존의 발행어음은 은행의 예·적금처럼 예금자 보호를 받습니다. 게다가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 단기 투자상품으로 주목 받아왔는데요. 지금까지는 종합금융사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해왔고 증권사 가운데서는 종금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업무를 하게 되면 그만큼 자금조달 규모가 커지면서 운용자산과 이익이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을 기업들에 공급해주면서 자본시장의 선순환도 기대됩니다.

 

실제 전망도 밝습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시장이 2020년까지 2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1.2%의 운용이익률을 가정할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의 추가 운용이익이 103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자기자본대비 30%의 발행어음(평균 1조4000억원 규모)을 1.9%의 금리로 조달하고, 1.8%의 운용마진율을 가정할 경우 5개 증권사 총 예상이익이 1085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각 증권사당 200억~300억원 안팎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은 장밋빛 전망이라고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어음을 과연 투자자들이 얼마나 살 수 있을지와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제대로 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발행어음은 은행 정기예금과 유사하지만 초대형 IB들이 내놓게 될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CMA처럼 통장 형태의 발행어음이 아니어서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지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부 초고액 자산가나 법인 고객에 국한될 수 있다는 것이죠.

 

증권사 입장에서는 은행 정기예금이나 시중의 부동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기존의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CMA 수요를 대체하는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신규 자금 유인을 위해서는 발행금리를 어느 정도는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어 수지도 덜하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부담이 존재하는데요.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단 금융당국은 운용비율 유예기간을 통해 최종적으로 기업금융 의무비율을 50%로 부여했습니다. 수탁금의 절반은 무조건 기업들에 대출을 해줘야 하는 것인데요.

 

여유자금 운용을 위한 개인 여신 금지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부동산 투자 상한을 수탁금의 10%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는 말이 많습니다. 최근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과 배치된다는 것인데요. 결국 차 떼고 포 뗀 상황에서는 운용처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어 오히려 신규로 자금이 들어와도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형국이 펼쳐지는 셈입니다.

 

나머지 50%의 자금의 경우도 자기매매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 CMA와 마찬가지로 국공채 등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결국 발행어음 사업의 성패는 증권사들이 전략적으로 위험자산을 편입하고 굴리는 자금운용 능력이 관건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투자 대상 발굴이 쉽지 않은 여건에서 리스크를 이유로 각종 잣대를 엄격하게 가져간다는 측면에서 금융당국도 성패의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보입니다. 업계에서 벌써 '반쪽짜리' 초대형 IB 육성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6월 시행을 목표로 발행어음 등 기업금융 업무에 대한 세부 시행세칙을 마련 중인데요. 업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 적어도 울타리를 너무 좁게 치면서 안 하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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