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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카카오와 코스닥의 이별 이야기

  • 2017.04.21(금) 10:57

 

"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가 뻗고 굵어 제법 많은 새가 모여 삽니다. 그 중 오래 전부터 둥지를 튼 몇몇 새는 멋진 위용을 자랑합니다. 새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도 톡톡히 합니다. 하지만 정작 새는 뭔가 성에 차지 않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큰 나무 때문입니다. 언뜻 봐도 잎도 훨씬 풍성하고 열매도 훨씬 더 많습니다. 새는 미련 없이 떠나기로 합니다. 아무도 그 새를 붙잡지 못합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카카오가 코스피행을 결정했습니다. 코스닥 대장주의 이적 소식에 증권가도 뒤숭숭한데요. 코스피 입장에선 반길 일이지만 카카오를 떠나보내는 코스닥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카카오는 1999년 11월 9일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다음카카오로 변경됐고 2015년 상호변경을 통해 카카오란 이름으로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5조9000억원 대로 거의 6조원에 육박합니다. 11조원대의 셀트리온에 이어 굳건히 2위 자리를 지키며 코스닥 대장주 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입니다.

 

 

근 20년 만에 카카오가 코스닥을 떠나는 이유는 언뜻 봐도 뻔합니다. 큰 물고기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코스닥보다는 당연히 코스피가 낫기 때문이죠. 카카오와 자웅을 겨루던 네이버(옛 NHN)는 이미 2008년 코스피로 이사했습니다. 온라인게임사 엔씨소프트도 2000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한 후 3년 만에 코스피로 이전했습니다.

 

이들 외에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겨간 기업들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하나투어(2011년)와 키움증권(2009년), 아시아나항공(2008년), 신세계I&C(2006년), 기업은행(2003년), 교보증권(2002년) 등 코스닥에 먼저 상장했지만 "원래 코스피였어?"라는 말이 나올 법한 기업이 상당합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코스피 시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코스닥은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고, 주된 수급 동력인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카카오가 코스피에 입성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다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 눈에 더 쉽게 들 수 있겠죠.

 

그래서 코스닥을 떠나는 카카오를 탓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스닥을 지탱하는 대표주들이 훌쩍 성장해 하나둘씩 떠나고 있는 코스닥의 현실은 한국 자본시장 측면에서 결코 득이 될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코스닥은 미국 주식 장외주식시장인 나스닥에 비유되는데요. 미국의 경우 최첨단 정보기술(IT)이나 헬스케어 관련주 등은 나스닥에 상장돼 있습니다. 시가총액 1위인 애플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MS, 아마존 등이 여전히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해 있고, 최근 주목받는 테슬라 역시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입니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는 명확히 차별화되며 글로벌 증시 흐름을 주름잡고 있습니다. 나스닥 기업들은 나스닥만 고집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스닥의 위상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모습입니다. 개미들의 무덤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며 개인 투자자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공개(IPO)로 주목받고 있는 넷마블게임즈가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행을 택한 것도 코스닥으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발을 뺐고, 대표 기업들마저 떠나는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기 힘들어 보입니다. 

 

카카오가 코스피로 가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카카오가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려면 정기변경과 수시변경을 노려볼 수 있는데요. 정기변경은 대형주에 대한 특례 기준으로 최근 15매매거래일의 일평균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종목 중 50위 이내에 들어야 일단 자격 요건이 됩니다. 수시변경의 경우 신규 상장종목에 대한 특례로 상장 후 15매매일간 시가총액이 전체 보통주 종목 중 50위 이내면 특례 편입이 가능합니다. 카카오의 경우 유가증권 상장 시 40위권에 들 수 있어 이론적으로 자격은 갖춘 셈입니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가 내릴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코스피로 이전한 8개 종목은 상장일 이전엔 주가 흐름이 긍정적이었지만 이전 상장 후에는 오히려 약세를 보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대감이 과도하게 선반영된 데다 코스피200 편입이 바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또한 지켜봐야 할 포인트지만 카카오와 코스닥의 이별 이야기는 최근 코스닥의 부진과 맞물려 시장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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