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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베트남]②-4 중국 바통 잇는다

  • 2017.06.21(수) 09:44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PART 1. 금융>
매서운 성장세 업고 글로벌 시장서 입지 확대
국영기업IPO 등 모멘텀 충분…거품 우려 공존

[베트남 호치민=양미영 기자] "'넥스트 차이나'란 말은 10년 전부터 있었죠. 하지만 최근 2~3년 새 비로소 넥스트 차이나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 호치민사무소장은 베트남이 넥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실제로 넥스트 차이나란 슬로건은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중국의 시대가 계속되면서 현실에서는 계속 멀어졌다. 그러다 저임금 노동력 시대가 끝나고 중국이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마침내 베트남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단적인 예는 바로 주변에서 느껴진다. 한국투신운용 베트남 사무소가 있는 호치민 금호아시아나플라자 7층에는 얼마 전 중국계 부동산 투자회사가 들어왔다. 배 소장은 최근 2~3개월 새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투자자들을 목격했다. 전 세계 알짜배기 자산을 쓸어 담은 중국인들이 베트남 부동산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선에서 외국계 법인 설립을 지원하는 법무법인들 사이에서도 확연히 감지된다. 베트남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 기업들의 면면은 시기마다 각양각색이었다. 한동안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왔고, 유독 요식업계가 관심을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다 불과 2~3년 전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국적 불문, 업종 불문 모든 기업이 베트남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 2~3년 새 본격 턴어라운드…증시도 비상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베트남 펀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00년대 중반 베트남 펀드 붐의 중심에 서 있던 한투운용도 마찬가지다. 그간 베트남 경제와 자본시장은 잠재적인 성장성에 대한 무한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베트남이 여전히 거대한 잠룡임을 부인하는 이는 없다. 최근 2~3년 들어 체감온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를 넘어서며 고성장세가 뚜렷해졌고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을 찾았다.

 

김광혁 피데스운용 상무는 "베트남 경제가 금융위기를 전후로 고전하다 지난 2011년부터 턴어라운드했고 2012년부터는 GDP와 국제수지, 환율, 금리, 인플레이션 등 모든 지표에서 반전이 뚜렷하다"며 "요즘엔 GDP 성장률 6%가 나오는 국가 자체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베트남 증시도 아낌없이 매력을 발산 중이다. 한동안 부진을 거듭했던 베트남 VN지수는 5년째 상승 가도를 그리며 9년 만의 최고치를 구가하고 있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에 불과해 다른 아시아 및 신흥국의 90~100%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한국은 1980년대 초 1인당 GDP가 2000달러 초반일 무렵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 대중화 시대가 열렸고, 통상적으로도 주식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GDP 임계점으로 여겨진다. 베트남 또한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서면서 과거 한국과 비슷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차헌도 한국투자증권 KIS 베트남 본부장은 "베트남은 과거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베트남 역시 주가수익비율(PER)이 12~13배에 불과해 16~17배에 달하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고 자금조달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 MSCI 이머징 편입 기대 등 호재 만발
 
최근 중국 편입 여부로 주목받고 있는 MSCI 이머징 지수에 베트남도 차기 주자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실제 현실화될 경우 적지 않은 호재다.
배승권 소장은 "현재 베트남이 편입된 MSCI 프런티어 지수의 경우 5개 미만의 펀드가 추종하고 있지만 MSCI 이머징 마켓을 추종하는 펀드는 200개가 넘는다"며 "편입 순간 자동적인 자금 로테이션만으로도 큰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MSCI 지수 편입을 위해 필요한 파생상품 시장 개설 요건 충족을 위해 베트남 정부는 부단히 노력 중이다. 올해 중 VN30 지수선물시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연말께는 주식 매수 후 매도가 가능한 실질적인 데이트레이딩도 가능해진다. 현재는 베트남 주식을 월요일에 사면 3일 뒤인 목요일에야 매도가 가능한 구조다. 조만간 커버드워런트증권(CW) 등의 거래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베트남 주식시장 내 모멘텀이 상당한 것으로 점쳐진다.

 

10년째 진득하니 베트남 시장을 주시해 온 한투운용이 지난해 오랜 침묵을 깨고 베트남 펀드를 새롭게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투운용의 베트남 펀드는 해외 비과세펀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 올해 들어 여러 베트남 펀드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배승권 소장은 "여전히 베트남만 한 대안은 없다고 본다"며 "출시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좋을 때 좋다고 하지 못하면 오랫동안 지켜온 사람으로서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베트남 시장 진출 후 초기를 제외하고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잠재력을 보고 투자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다.

 

▲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 호치민사무소 소장(가운데)과 현지 애널리스트들.


◇ 국영기업 IPO 또 다른 기회의 창

 

베트남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국영기업 IPO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오는 2020년까지 718개 국영기업 중 12개 산업, 190개 기업만 남기고 민영화하겠다고 밝히면서 IPO 기대감에 불을 댕겼다. 민영화를 통해 베트남 시총을 키우겠다는 복안도 담겨 있다. 앞서 베트남 최대 유제품 기업인 비나밀크의 경우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주가가 80배나 뛰며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지난 4월 베트남 국가투자공사(SCIC)는 137개 공기업에 대한 지분 매각 계획을 밝혔다. SCIC는 2005년 설립된 베트남 정부 소유 기금으로 국영기업 소유권을 감독 규제하고 있다.

 

대규모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될 경우 베트남 증시 입장에서는 투자자 저변 확대와 전 세계적인 관심을 환기하면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 해외 자금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앞서 민영기업들이 베트남 증시에 상장해 '잭팟'을 터트리며 더욱 주목받았다. 지난해 노바랜드와 비엣젯항공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IPO를 겨냥해 관련 펀드를 출시한 피데스운용은 비엣젯항공 상장에서 꽤 재미를 봤다. 2007년부터 호치민 사무소를 운영하다 2013년부터 베트남 투자를 시작했고 지난해 1월부터 사모전문 자산운용사로 거듭난 후 거둔 성과였다. 피데스운용에 이어 KB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도 베트남 IPO 펀드를 출시했고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사모펀드로 모집하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제2의 비엣젯항공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6월 중 민영은행인 VP뱅크가 데뷔할 예정이고 국영기업들로는 석유유통업체인 PV오일, 전력업체인 PV파워와 정유기업인 BSR 등이 IPO 첫 타자로 지목된다.

 

마침 기자가 호치민을 방문하기 이틀 전 시장에서는 하노이거래소에 상장된 비글라세라(Viglacera)의 1억2000만주 추가 상장 공모로 현지 한국 금융사와 기업들이 물량을 잡기 위한 치열한 전장을 치른 뒤였다. IPO 관심 펀드들이 몰려들며 2.6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베트남 IPO의 경우 높은 가격순으로 가져가는 경쟁입찰(Auction)과 호가를 모은 뒤 적정 가격대로 정하는 북빌딩(Bookbuilding) 2가지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비글라세라의 경우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누가 물량을 얼마큼 받아갔는지에 대한 탐색전이 한창이었다.

 


◇ 시장 왜곡·IPO 거품 우려도 공존 

 

다만 베트남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현실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앞선 베트남 IPO 펀드만 해도 최근 새롭게 부각된 이슈는 아니다. 2000년대 중반에도 동양민영화펀드 등 비슷한 컨셉의 펀드들이 난립했고 결국 기관들의 무덤이 됐다. 민영화 기대감만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가 실제 상장 일정이 지연되면서 손실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상장일정이 동시에 잡히면서 투자회수 기회가 높아졌다. 김광혁 상무는 "과거에도 베트남 정부가 IPO를 추진해왔지만 상장 일정이 불명확해 엑싯(투자회수, EXIT) 시기에 기약이 없었다"며 "그러다 작년에 민영기업 IPO가 좋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른 만큼 각각의 상장 스케줄이 확실한지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부는 최근 베트남 IPO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과열 징조로 보기도 한다"며 "당시보다는 분명 여건이 나아졌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상장이 됐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고 말했다. 배승권 소장은 "IPO 투자의 경우 상장 직전 사서 차익을 먹는 단기접근보다는 좋은 기업을 잡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국 개별 기업의 스토리나 분석을 잘하는 곳이 승기를 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영기업 IPO 대부분이 앞선 비글라세라처럼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물량을 낚아채기 위해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는 데 따른 거품 우려도 제기한다. 물량이 제한되고 수요가 커지면 소위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아직 현지 증권사 일부가 관련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여서 현지 진출한 국내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기도 하다. IPO 투자 성공사례가 아직은 민영기업에 국한돼 향후 베트남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공기업 민영화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국영기업 계열의 현지 증권사와 경쟁해 얼마나 과실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장 왜곡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가 요구된다. 베트남 시장의 경우 개인 투자자 비중이 85%에 달하기 때문에 증시 동력이 단기간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큰 펀드들이 길게 보고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시장이 작다 보니 최근 일부 대형 종목이 상장된 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상장된 파로스건설(ROS)은 시총이 5~6위에 달하지만 작전주 성격이 강해 기관 투자자들이 담지 못했다.

 

국영기업인 맥주 기업 1위 사베코의 경우 시총 3위에도 불구, 상장 시 주식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실질적인 유동성이 크지 않아 이 역시 주가조작 가능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런 주식을 담지 않은 기관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급등장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차헌도 본부장은 "잠재적인 호재로 지목되는 MSCI 편입을 위해서는 투명성 향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국가 신용등급 상향이 선행해야 한다"며 "베트남 동화와 달러 간 헤지가 안되는 부분도 부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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