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人워치]우버와 에어비앤비의 공통점은?

  • 2017.07.21(금) 10:58

한재영 한국금융투자협회 K-OTC 부장
해외에선 혁신기업들이 장외시장 적극 활용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로 들어서자 증권지원부과 파생상품지원부, 채권부, K-OTC 부서 안내 표지가 눈에 띈다. 다른 부서는 대략 어떤 업무를 하는 부서인지 알 수 있는데 K-OTC부는 생소한 이름이다.

'K-OTC(Korea over-the-counter)'는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주식시장을 말한다. 과거 비상장주식 장외 매매시장인 '프리보드'를 2014년 확대 개편했다.

한재영 K-OTC 부장을 만났다. 이날은 유난히 분주해 보였다. 'K-OTC PRO' 시장이 새롭게 개장한 날이기 때문이다. 한 부장은 지난 2000년 증권업협회로 입사해 코스닥시장 감리부와 증권지원부를 거쳐 금융투자협회로 통합 후 조사연구실과 기획조사실 등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지난해 K-OTC 부서로 발령 후 1년 동안 장외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민한 결과물을 이번에 내놨다. 'K-OTC PRO'는 전문투자자 대상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다. 장외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보호장치가 필요 없는 기관과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종목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 황영기 회장의 미션 '장외시장을 살려라'

과거 '프리보드'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억원에도 못 미쳤다. 그러다가 'K-OTC'로 확대하면서 최고 30억~40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SDS 등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다시 10억원대로 떨어졌다. 

한 부장이 지난해 K-OTC 부서로 발령받은 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에게 처음 받은 미션은 바로 장외시장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으란 것이었다. 한 부장은 "부서에 처음 와서 장외시장 현황을 보니 과거 프리보드 시장과 비교해 상전벽해였어요. 그런데도 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라고 회상했다.

한 부장은 부서원들과 함께 해외시장을 열심히 벤치마킹했고, 전문가시장 개설이란 답을 찾았다. 황 회장도 이 제안서를 보고 흔쾌히 추진할 것을 지시했고, 전반적인 긴축경영 기조에도 'K-OTC PRO' 개발에 5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 K-OTC PRO 화면

◇ 내년엔 장외종목 펀드 출시 목표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잘 발달했지만 장외시장으로 불리는 사적 자본시장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한 부장은 "미국에선 상장시장 규모가 100이면 비상장시장도 1~5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0.1~0.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에선 혁신기업들이 사적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만 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사적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다.

실제로 우버가 9조5000억원, 에어비엔비가 3조6000억원가량 조달하면서 상장을 하지 않고도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기업을 칭하는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상장 전에 각각 2조5000억원과 1조6000억원을 사적 자본시장에서 조달했다.

한 부장은 "미국에선 비상장 기업이 장외시장 플랫폼에서 회사 전용 매매 창을 열어 주주와 임직원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팔기도 한다"며 "장외시장이 발전하면 이런 플랫폼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한 부장은 내년쯤 미국의 '쉐어즈포스트100' 펀드를 벤치마킹해 장외시장에서 주목받는 50개 기업을 뽑아 '프로50'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독립적인 리서치회사가 해당 주식 군에 속한 기업들을 분석해 그 정보를 회원사들에 공개하고,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만들어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 왜 장외시장인가

그렇다면 금투협이 장외시장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장외시장이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기관이나 고액 투자자들은 대체투자를 위해 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성장성 높은 벤처와 혁신기업이 많지만 기업공개(IPO) 외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서다. 한 부장은 그런 측면에서 장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장외시장 플랫폼을 만들어 그 시장 내에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해지면 투자자는 물론 금융투자업계와 벤처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부장은 "비상장 기업에 투자했을 때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유통시장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라며 "기존엔 중소 벤처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려면 은행밖에 기댈 곳이 없었지만 이젠 장외시장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투자자들을 위한 시장의 한계는 2차 상품으로 극복할 수 있다. 금융투자회사가 일차적으로 장외시장에서 거래하고, 해당 포트폴리오로 금융상품을 개발해 이차적으로 개인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한 부장은 "장외시장이 활성화되면 회원사인 금융투자업계를 포함해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기업들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준비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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