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War)킹맘 재테크]프롤로그

  • 2017.07.26(수) 14:22

"여자 미생(未生)은 안팎에서 모두 죄인이다"
눈물 바람 출근길 대가라도 제대로 챙기자

몇 년 전 케이블방송에서 인기를 끈 미생(未生)이란 드라마가 있다. 직장인의 비애를 잘 표현해 많은 공감을 샀다. 이 드라마를 보면 '여자 미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바둑 용어인 미생은 완생(完生)이라는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아직 그 목표에 이르지 못한 직장인을 일컫는다.

'여자 미생'은 미생 중의 미생으로 그려진다. 여자 직장인은 그만큼 더 힘든 존재라는 얘기다. 드라마에서 여자 미생의 대표적인 인물로 그려진 선 차장은 "일하는 엄마는 회사에도, 아이에게도, 아이를 봐주시는 부모님에게도 죄인"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얼마나 많은 워킹맘이 공감하고 또 눈물을 흘렸을까. 꿈을 꾸고, 어느 정도 꿈을 이루고 또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던 한 여자가 엄마가 되는 순간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꿈과 가치관, 일상생활과 외모까지도 한둘이 아닐 테다. 

워킹맘 재테크에선 하루하루가 전쟁(War) 같은 워킹맘으로서 나의 이야기와 함께 많은 워킹맘의 고민인 '조금 더 빨리 돈 버는 법'에 대한 경험을 소소하게 일기 형식으로 나누려고 한다. 


2017년 7월26일. 일하는 엄마들에게 눈물 바람의 출근길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눈물 바람의 출근…워킹맘은 슈퍼맘이다

복직 전 워킹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복직이 과연 옳은 선택인가라는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나라면 일과 가정 모두 잘 지키는 '슈퍼우먼'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 선배는 출근 때마다 울고 부는 아이를 겨우 떼어놓고 나오면서 정작 지하철에선 마음이 쓰이고 안타까워 눈물을 뚝뚝 흘린 날이 다반사라고 했다. 그야말로 눈물의 출근길이다. 다른 선배는 복직 후 아이가 엄마와의 분리불안이 심해져 오래도록 변을 제대로 못 봤다고도 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면서 보이는 반응들은 나를 충분히 겁에 질리게 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일도 육아도 다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가 아침에 울지는 않을까. 출근 후에 엄마가 보고 싶다고 찾지는 않을까. 아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었다.

드디어 복직 날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씻고 준비하는 나를 누군가 빤히 쳐다봤다. 아이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출근 준비하는 소리에 깬 걸까. 엄마가 아침부터 분주하니 의아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쳐다본다.

"괜찮아. 곧 할머니 집으로 가자~" 아이를 안정시킨 후 함께 집을 나섰다. 할머니를 보고는 역시나 신난 아이를 보며 안심한다. "엄마 금방 다녀올게. 빠빠이~"하며 손을 흔드니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기뻤다. 


'그래. 다행이야. 우리 아이는 잘 적응할 거야. 나만 잘하면 돼'라고 생각하며 회사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이상 징후가 하나씩 나타났다. 아이는 첫날 퇴근하는 문소리에 뛰어와서 안아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손을 씻고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에 바로 안아주지 않고 화장실에 들어간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엄마만 기다렸는데 안아주지 않아서였을까. 평소 잘 울지도 않던 아이가 오래도록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날 이후 퇴근하면 10분 이상 안아주는 절차(?)가 이어졌다. 더러운 손은 나중 문제였다. 그냥 안아주자. 어느 정도 안아준 후 내려놨더니 또다시 눈물이 터졌다. 충분히, 아이가 외로움이 사라질 때까지 아주 충분히 안아줘야 했다.

그리고 엄마를 평소 별로 찾지 않던 쿨한 아이가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엄마 껌딱지인가. 화장실 갈 때도 문을 닫으면 안 된다. 아이가 보이는 곳에서 내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했다. 온종일 같이 있어 줄 수 없으니 있는 동안은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 할 일이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밤잠이다. 일찌감치 통잠을 자서 11~12시간씩 자던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기 시작했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밤뿐이라 그런지 잘 시간에도 같이 놀자고 조르기만 했다. 심지어 잠이 들었다가도 눈을 번쩍 뜨고는 새벽 2~3시에 2~3시간씩 놀고 자는 생활이 계속됐다. 아이도 엄마와 아빠도 모두 지쳐만 갔다.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의 마음이었다. 얼마나 엄마와 함께하고 싶으면 저렇게 졸린 데도 더 놀자고 조를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생각하니 마음이 더 힘들었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복직 후 10개월이 지났지만 더 많은 어려움과 함께 하루하루 나 자신과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나뿐 아니라 모든 워킹맘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일에 대한 애정과 개인적인 만족감일까. 그 역시 중요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돈도 중요한 문제다.리 아이가 마음껏 꿈을 펼치며 살 수 있는 넉넉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건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기회비용과의 싸움

워킹맘을 하는 이유 또 워킹맘을 포기하는 이유는 뭘까. 어느 하나를 선택했을 때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는 과정은 누구나 겪게 된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 '돈'은 큰 변수다. 

아이를 맡기고 회사에 출근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나마 부모님이 계신다면 조금 적은 비용으로 가능하다. 지인들의 사례를 보면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 60만~100만원 정도의 용돈을 수고비 명목으로 드린다. 하지만 베이비시터를 고용할 경우 최소 월 130만~200만원이 필요하다. 나이와 함께 조선족이냐 한국인이냐에 따라 금액이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입이 월 200만원 정도인 여성은 애를 맡기고 일해봐야 금전적으로는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돈도 돈이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데 따른 불안감 또한 오죽할까. 요즘엔 집에 CCTV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아이를 본다지만 일을 하다 보면 잠깐 틈내서 한 번씩 체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일부 나쁜 베이비시터들은 아기를 재우려고 이유식에 수면제를 타서 먹인다고도 하지 않나. 상황이 이런데 누굴 믿고 내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경제적인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영유아의 경우 어린이집 될 테다. 법적으로 어린이집은 종일반의 경우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다. 이 정도면 맡기고 출근할 수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직접 알아본 결과 오전엔 빨라 봐야 8시30분 등원, 오후에는 오후 6시 하원이 대부분이었다. 

부모가 사정을 얘기하고 일찍 보내고 늦게 찾겠다고 한다면? 대부분 부모는 그 길을 택하지 않는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선생님들에게 미움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선생님도 사람인데 자신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아이가 마냥 이쁘지는 않을 터다. 그래서 대부분 워킹맘은 등·하원 도우미를 따로 구한다. 

워킹맘을 선택하는 순간 경제적인 부담과 함께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데 따른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필수 요소라는 얘기다.

기회비용이 이렇게 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기어코 일터로 나갈 여성이 얼마나 될까. 경력 단절이 두려워 몇 년만 버티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빼면 더욱 더 그렇다.


이미 워킹맘을 선택했다면 그 대가라도 제대로 챙겨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힘들게 일하는 워킹맘들은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는 월급도 확실하게 잡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워킹맘으로서 재테크 일기를 쓰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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