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명 정찬우 이사장…'권력무상' 초라한 퇴장

  • 2017.08.18(금) 10:12

전날 임직원들에 사의표명…임기 1년 못채워
예정된 수순 평가…후임자 하마평 아직 깜깜

정찬우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이 결국 물러난다. 지난해 10월 취임 후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면서 거래소 역사상 최단명 이사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 이사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KEB하나은행 인사 개입 의혹으로 추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퇴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꼽히면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점에서 권불오년의 초라한 퇴장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거래소는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거래소 내부 출신으론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 결국 사퇴 의사…예상된 수순

 

18일 거래소에 따르면 정찬우 이사장은 지난 17일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정 이사장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는 이사장직을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그는 "거래소 이사장 직책이 자본시장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새 이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의 퇴임은 시기의 문제일 뿐 어느 정도 예상됐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난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 실세'로 불렸고,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취임 당시 최경수 전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 이사장이 후보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내정설이 불거졌다. 낙하산 논란이 거셌지만 정해진 판을 뒤집진 못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최순실 씨의 인사 청탁으로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 KEB하나은행 인사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 건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당했다. 정 이사장은 검찰 특수부의 수사를 받게 됐고 결국 수사를 앞두고 퇴진 수순을 밟게 됐다.

 

◇ 권불오년의 초라한 퇴장

 

정 이사장의 퇴임으로 업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권불오년'을 떠올리고 있다. 서울대 출신인 정 전 부위원장은 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지냈고, 재직 시절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재직 시절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금융권 인사를 쥐락펴락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KEB하나은행 본부장 인선뿐 아니라 KB와 IBK, 우리 등 민간은행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퇴임 후에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를 노렸다가 무산됐지만 곧바로 거래소 이사장을 꿰차며 정권 말 '보은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거래소 이사장 취임 이전에는 실세임을 증명하듯 KDB산업은행 회장과 IBK기업은행 행장 후임 등 하마평에 무성하게 오르내렸다.

 

◇ 차기 이사장 안갯속

 

거래소는 후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먼저 사외이사 5명, 주권상장법인 대표 2인,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으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이사장 후보 공모를 통해 이사후보추천위가 후보를 추천한 후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거래소의 경우 매번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혼탁한 양상을 빚은 만큼 차기 이사장 선임 과정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9년에도 이정환 전 이사장이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후 MB 라인으로 새 이사장직을 맡은 김봉수 이사장도 1년 연임된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인 최경수 전 이사장 취임 당시에도 내정설이 일찌감치 불거진 후 이변 없이 낙점됐다.


아직 차기 이사장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번엔 관료 낙하산이 아닌 거래소 내부 인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정고시 28회)과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행시 29회),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행시 20회) 그리고 거래소 내부 출신으론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본부장과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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