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셀트리온과 공매도

  • 2017.08.23(수) 15:06

주식 투자를 좀 한다면 셀트리온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은 바이오 대표주란 명실상부한 수식어 외에 또 다른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매번 잊을만하면 공매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증권가가 셀트리온 탓에 다시 시끄럽다.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버리고 코스피행을 논의하면서다. 최근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마저 코스피행이 거론되면서 코스닥은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의 코스피행엔 차이가 있다. 특히 결정 주체가 확연히 다르다. 셀트리온의 코스피행은 기업의 자체적인 결정이 아닌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진행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만 해도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코스닥 잔류 의사를 거듭 표시해왔다.

 

소액주주들이 제시하는 코스피행의 명분 중 하나는 커진 덩치에 걸맞게 큰물에서 놓아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셀트리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공매도 이유가 컸다. 셀트리온은 2010년을 기점으로 끊임없이 공매도 세력에 시달려왔다. 


서정진 회장은 금융당국에 불법 공매도 조사를 요청하고 수백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회사 매각 카드까지 꺼내며 공매도와의 전쟁도 불사했다. 결국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공매도 세력 탓에 주식가치가 떨어진다며 코스피 이전을 강하게 요구했고, 다음 달 말 임시주주총회가 소집된 상태다.

 

일부에서는 그간 짧지 않은 공매도 논란 속에서 왜 하필 지금이라는 반론도 나올 법하다. 삼성바이로직스를 떠올리면 일면 수긍이 간다. 셀트리온의 코스피행 논의 배경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셀트리온과 비교 대상에 올랐다. 국내 바이오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셀트리온은 당연하게 코스닥에 자리 잡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를 택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선택은 탁월했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주의 특성인 성장성이 더 주목받으며 주가가 날아올랐다. 주가 상승 배경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외관상 더 나은 성적에도 공매도 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셀트리온의 주주 입장에서는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의 코스피행 소식이 전해진 후 한국거래소는 새로운 지수 마련 등 부리나케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나섰다. 공교롭게 금융위원회도 기존에 예정된 공매도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셀트리온 사태와 맞물린 모양새다.


금융위는 23일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요건 확대와 과태료 상향 등 공매도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하지만 벌써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이란 인식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코스피행을 요구하는 셀트리온 주주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공매도는 부작용도 있지만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셀트리온만 공매도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코스피로 옮기더라도 여전히 공매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단순히 공매도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코스피행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셀트리온의 코스피행이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소액주주 비중이 60%가 넘고, 대표적인 강성주주들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간 연이은 공매도 제도 정비에도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잦아들지 않고 있고, 결국 코스닥 1등주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셀트리온이 결국 코스피행을 택하더라도 코스닥의 위기와 함께 공매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이에 따른 처방이 필요한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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