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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비트코인 선물거래 금지 '유감'

  • 2017.12.07(목) 11:02

요즘 주식시장도 비트코인 얘기로 떠들썩하다. 연초 100만원 대에 불과했던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덧 1900만원마저 훌쩍 넘어선 탓이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상승률이다.


기자가 처음 비트코인 기사를 썼던 때가 2013년 말이다. 당시에 비트코인을 조금이라도 사 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비트코인은 탄생 당시부터 화폐로 인정할지 말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고, 지금도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와중에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니 거품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비트코인 열풍은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급등했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귀족이나 신흥 부자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튤립 수요가 폭증하며 거대한 거품이 생겼다. 요즘 비트코인 상황과 똑 닮았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튤립 파동에 비견되는 또 다른 이유는 당시에도 튤립 사재기와 함께 미래 특정 시점을 정해 특정 가격에 매매하는 선물 거래가 등장했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탄생 이후 거의 8년 만에 선물 상장을 앞두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먼저 선수를 치는듯했지만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좀 더 빠른 상장일을 제시하며 경쟁 양상까지 빚었다.

 

내년 초에는 나스닥도 비트코인 선물 상장에 나설 예정이고,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일본도 비트코인 선물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본의 경우 올해 초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며 가상화폐 선진국을 자처하고 있다.

 

반면 국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세계 주요 거래소가 경쟁적으로 비트코인 선물을 도입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증권사 홈트레이딩(HTS)을 통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조차 금지하며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음 주 비트코인 선물 상장에 맞춰 세미나까지 준비했던 일부 증권사들은 급하게 일정을 취소했다. 비트코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정부는 투기에 가까운 투자 열풍이나 과도한 가격 급등락 자체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제도권 밖에 있다 보니 선량한 일반 투자자들이 엄청난 리스크를 지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뒤늦게 범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규제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비트코인 선물 거래 자체를 원청 봉쇄하면서 일부 우려도 낳고 있다. 거래 자체를 금지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과거 과도한 규제로 쪼그라든 파생상품 시장의 뼈아픈 사례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1위에 빛났던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은 규제 강화 이후 바람 빠진 풍선 신세로 전락했다. 2011년 전 세계 거래량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선물시장의 투기 성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해 상당한 규모의 증거금을 요구한다. 현물시장의 위험을 관리하고 헤지하는 기능은 오히려 비트코인 가격 급등락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활용할 기회가 애초부터 없어지게 된 셈이다. 선물시장이 막히면서 현물시장으로만 수요가 과도하게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혹자의 말처럼 사기에 불과하고 또 다른 튤립 버블의 잔인한 역사로 남게 될 수도 있다.


다만 3D프린터나 자율주행차 등 과거엔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비트코인의 존재를 무조건 막고 보자는 자세는 능사가 될 수 없다. 물론 적절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에 약이 되기도 한다. 적어도 정부가 과거 파생상품 시장에서 저질렀던 실기만큼은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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