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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미래의 '블루오션', 노(老)치원을 아시나요?

  • 2018.01.19(금) 10:07

최병관 시니어데이케어센터 '더드림' 부사장
증권사 나와 4차 산업 대신 실버 비즈니스 택해

이른 아침 일산 식시동 주민센터 맞은 편 건물 앞에 셔틀버스가 선다. 원생들이 하나둘씩 들어간다. 계절 과일이 듬뿍 담긴 주스를 한 잔 마신 뒤 먼저 미술활동에 들어간다. 자유시간에는 퍼즐도 맞추고 노래도 부른다. 친구들과 어울릴 땐 보드게임이 제격이다. 요즘엔 한궁 재미에도 푹 빠졌다. 다트처럼 생긴 한궁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생활체육으로 양손 운동을 통해 집중력과 근력을 키울 수 있다. 오후가 되면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언뜻 보면 여느 유치원의 일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원생들의 나이는 모두 65세 이상이다. 유치원이 아닌 어르신들이 다니는 유치원, 바로 노(老)치원이다. 각 지역에는 이런 노치원 개념의 시니어 데이케어센터, 주간보호 센터가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우고 놀듯 낮 시간 동안 노인들이 와서 배우고 즐기고 간다. 유치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일과에는 인지 프로그램이나 재활운동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 최병관 더드림 부사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4차 산업 대신 시니어 비즈니스에 뛰어들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또 다른 우리 미래의 모습은 바로 고령사회다. '남의 일'이라고 여겨졌던 치매 인구는 국내에서도 100만 시대로 접어들었다. 2030년에는 127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0세 시대의 그늘이다.

 

어르신들이 치매에 걸리거나 다른 질환으로 몸이 불편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걱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집에서 돌보는 것이 만만치 않고 일하느라 돌볼 사람조차 없는 가정은 고민이 더 크다.

 

그러면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문을 두드리게 된다. 문제는 너무 오랜 시간 떨어져 있다 보니 가족과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오갈 수 있는 시니어 데이케어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이곳의 일상은 부모님 세대는 물론 우리의 모습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증권사에서 남부럽지 않게 잘 나가던 최병관 더드림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지난 2016년 말 이 블루오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령화와 맞물려 시니어 산업은 수요가 꾸준히 창출되면서 올해 시장 규모만 82조원으로 점쳐진다.

 

최 부사장은 옛 동양증권에서 골드센터영업부점장과 파이낸스허브(Finance Hub) 강남점장, 리테일(Retail)전략 본부장과 지역 본부장을 거친 소매 영업통이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그가 제2의 인생을 건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업에만 줄곧 종사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슈퍼메가 트렌드라고 하지만 기술적인 지식도 부족하고 제가 두드러지기는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이 중심인 산업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시니어 비즈니스도 생소한 분야였지만 노령인구가 20%에 육박하며 고령 사회가 현실이 됐고 이 사업이야 말로 사람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라고 봤습니다"

 

◇ 센터 운영부터 컨설팅까지 파생 분야 무궁무진

 

그렇게 최 부사장의 눈에는 계속 커가고 있는 실버산업이 들어왔다. 4차 산업의 열풍 속에서 나온 역발상인 셈이다. 때마침 시니어 데이케어센터 사업을 준비 중인 전 직장 동료와도 마음이 맞았다. 처음부터 직접적인 전문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차근차근 센터 개소를 준비하며 어느새 전문가가 다 됐다. 

 

더드림은 세종시를 시작으로 일산과 청주 등 3곳에 센터를 두고 있는데 일산센터는 건물부터 채용까지 최 부사장의 숨결이 오롯이 들어갔다. 전 직장에서 맡았던 홍보 업무 경력을 살려 지역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일산 센터 건물을 직접 골랐어요. 어르신들이 쓰시는 건물이라서 안전을 가장 먼저 따졌고 그래서 신축 건물을 고집했죠. 건물 입대 계약을 맺고 허가를 받고 주민센터를 통해 전문가 채용공고를 내고 직접 면접도 봤습니다. 지역사회에서도 일자리 창출 면에서 고마워 하더라고요"

 

실제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르신 수에 맞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와야 한다. 주간보호 센터의 경우 이용자가 10명 이상일 경우 1명 이상의 시설장과 사회복지사, 간호사 및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사무원, 조리원, 운전사 등 보조원 등이 필요하다.

 

시니어 데이케어센터 운영 외에도 관련 창업을 준비하거나 좀더 잘 운영하고 있는 기존 사업자들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전문가도 양성하고 있다. 노인의 체형이나 근력에 맞는 피트니스 기구도 공급 중이다. 파생 분야가 무궁무진한 셈이다.

 

▲ 더드림 일산 시니어 케어센터 전경(위), 센터 내에서 어르신들이 전신운동기구인 '바디스파이더'를 사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

 

◇ 재활 쪽으로 차별화…호전되는 어르신 보면 뿌듯

 

주간복지센터 개념의 시설들은 이미 여러 곳에 있지만 더드림은 선진화된 재활 프로그램에 좀 더 공을 들여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재활 쪽에 초점을 맞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예전엔 기업분석이나 밸류에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최 부사장은 요즘 장수나 노화 관련 기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발견한 기사 얘기를 꺼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매 치료제 연구를 중단하고 있는데 투자자금도 자금이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약품을 만들지 못해서다. 신약으로 모든 것이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의 피트니스센터의 운동기구는 노인에게 맞지 않는다. 체구가 작은 경우도 있고 근력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정감을 높이면서 일반 기구보다 근력훈련 단위를 훨씬 낮춘 기구를 주문 생산하고 KC 인증까지 획득했다. 일본 체육사인 일본동경체육사와 업무제휴를 통해 여러 명이 함께 근력운동을 하며 소통할 수 있는 전신 운동기구인 '바디스파이더'도 들여왔다. 마치 펀드를 가입할 때 투자성향을 분석하듯 어르신들의 상황을 파악해서 프로그램을 안내한다.

 

성과도 눈에 보였다. "실제로 처음 입소 당시엔 잘 걷지 못하고 자전거 페달을 전혀 돌리지 못했던 어르신이 반년 새 혼자서 걸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엄청 뿌듯하더라고요"

 

◇ 일상 같은 노치원, 머지않은 우리 미래

 

아직은 산업도, 사업도 초기 단계지만 최 부사장은 시니어 데이케어센터가 좀 더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당장은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거나 장기 요양등급 판정자에만 정부 지원금 혜택이 국한되지만 마치 동네 유치원처럼 노인들이 자유롭게 노치원을 다니는 날이 머잖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아이는 줄어들고 어르신들은 늘어나면서 유치원 사업을 접고 시니어 데이케어센터를 고려하고 문의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인 셈이죠"

 

최근 최 부사장은 일본 와코시에 다녀왔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시니어 데이케어센터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고령화에서는 선배 격인 일본의 모습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더 부릅 떴다.

 

그는 "다들 노후준비하면 연금만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춰 케어할 수 있는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증권업계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가 단순히 시니어 데이케어센터 회사 부사장이 아니라 증권사를 나와 택한 것이 이곳이어서다.

 

"대개는 업계를 불문하고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와 자기 일을 하려면 음식점이나 각종 프랜차이즈를 연구하지만 아무 준비가 없다면 어떤 것이든 녹록지 않습니다. 제가 감히 4차 산업혁명을 넘보지 못한 것도 비슷한 이유죠. 이 일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특히나 이 분야는 본인의 헌신과 희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벌이만 생각해서 접근해선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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