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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워치]한국이 앞서갈 천재일우의 기회

  • 2018.01.25(목) 09:59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한대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기업 자금조달 수단으로 매력적
지나친 규제, 산업발전 저해 우려"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상화폐의 가격 급등을 잡겠다는 입장과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인기 시사 프로그램에서 비트코인을 주제로 다뤘으며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다룬 바 있다. 청와대에 규제 반대 청원이 이미 20만명을 넘어섰다. 거래소 폐쇄까지도 시사했던 당국은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폐쇄 조치는 없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과연 비트코인은 무엇이고, 블록체인 기술과는 얼마나 분리 대응이 가능할까?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에 의해 개발된 암호화폐다. 암호화폐란 화폐의 발행 및 거래 승인 과정에서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화폐 시스템을 말한다. 기존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현재 상거래에서 통화가 사용될 때는 금융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중앙기관 혹은 중앙은행의 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클라이언트 서버 모델 대신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거래 기록 및 거래의 최종승인 등을 암호화하고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를 할 경우,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공개된 장부(Public Ledger)에 기록되는데 이를 공개키(Public Key) 방식으로 암호화하여 저장함으로 써 보안과 익명성을 보장한다. 중앙 처리 금융기관이 내 거래 내역을 기록하지도 보관하지도 않지만 P2P(Peer-to-Peer) 기술을 이용해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기록과 최종 승인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송금과 거래가 빠르다. 현재의 화폐 시스템에서는 해외로 송금을 할 때 실시간으로 송금이 되지 않는다. 거래 역시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를 사용할 경우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가 증가하고 거래가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송금과 결제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단순 화폐 기능으로 만들다 보니 현재의 신용카드와 비교해 큰 장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암호화폐는 점차 2세대, 3세대 암호화폐로 진화하며 점차 우리 실생활에 침투하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의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하기도 했고, 아직 초창기다 보니 거래소를 비롯해 여러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 과열된 열풍은 자칫 블록체인 산업의 본질을 흐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에만 지원해도 블록체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생각해보면 그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는 자칫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고, 산업 발전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기업의 자금조달이다.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기업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고, 개인은 코인을 팔면 24시간 언제든 회수가 가능한 투자수단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상화폐를 통한 벤처기업 자금조달이 이미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ICO(가상화폐를 공개하고 상장하는 것)가 불법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정보기술(IT) 버블을 상기해보자. 1996년 미국 정부는 통신법(Telecommunication Act of 1996)을 발효함으로써 그간 유지되어오던 규제와 시장 구조는 크게 변했다. 당시 빌 클린턴 前대통령이 통신법에 서명한 이후, 미국에서는 통신, 정보, 미디어산업 간 진입장벽이 허물어졌고, 주요 사업자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 효율화,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했었다.

IT 버블의 태동에는 위의 정책적인 힘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당시 풍부한 자금이 IT 분야에 몰렸다. 90년대 초반 불황을 겪으면서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는 크게 증가했고, 1995년까지 이어졌다. 미국 유수의 기업들은 IT라는 촉망받는 투자처가 생긴 1995년 이후부터는 현금 보유보다 투자에 집중했었다. 당시 벤처캐피털 자금 역시 증가하며 나스닥의 상승에 기여했다. 

현재도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현재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과거 유로존 위기나 2011년 미국 부채 한도 위기 때보다 높은 5.8% 수준이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보유량도 풍부하다. 미국 기업 전체로는 약 2조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벤처캐피털에 유입되는 자금도 증가하고 있다. 닷컴 버블 이후 벤처캐피털의 자금은 급감했지만, 몇 년 전부터 스타트업 투자 붐이 일면서 2014년 이후 분기별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은 100억 달러 이상을 꾸준하게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이 산업 전방위에 걸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상을 바꿀 기술, 풍부한 자금력은 이미 준비됐다. 과열을 막고, 건전한 시장 형성을 위한 규제를 함과 동시에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배가 시키기 위해선 ICO를 합법화하는 등의 현실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그런 점에서 비트코인을 시카고 상품거래소에 상장했고, 신용평가사의 가상화폐에 대한 신용등급을 제공할 예정인 미국과 금융그룹이 직접 거래소 개설을 시사한 일본의 움직임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가상화폐 시장이 됐다. 제2의 비트코인, 제3의 비트코인이 아닌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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