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워치]제2의 부터린·마윈 베이비를 허하라

  • 2018.01.26(금) 16:27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가상화폐 부정하면 글로벌 통화질서에 낙오
부작용 줄이고 건전한 투자 생태계 구축해야"

암호(가상)화폐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시대' 디지털기술혁신에 따른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화폐다. 뒤지면 새로운 국제 통화 금융 질서에서 낙후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일본의 강력한 추진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미국 주은행감독협의체(CSBS)에서 암호화폐를 비록 법정화폐는 아니지만 가치저장 거래수단은 물론 회계단위로서 기능할 수 있는 화폐로 인정하고 점차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정도면 상당 부분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발행을 권고하고 영란은행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발행을 준비하는 등 세계 여러 중앙은행들이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하루빨리 암호화폐 개발을 준비해 발행하고 민간 발행 코인과 중앙은행 코인이 공존하는 시대의 통화정책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쌍방거래(P2P거래),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삼위일체다. 블록체인은 육성하면서 블록체인 거래를 금융면에서 종결짓는 가상화폐를 부정하면 결국 블록체인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낙후된다.

 

현재 비트코인 같은 공개형(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 10분 단위로 전 세계 모든 참가자들의 거래내역을 블록으로 만들어 체인으로 연결해 모든 참가자들에게 공유시켜 나가는 작업이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가동에 엄청난 양의 전기가 사용되고 고급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따라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아무도 블록체인을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만드는데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가 주어진다. 현재는 하나의 블록체인을 만드는데 12.5 비트코인이 주어지도록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이 과정이 흔히 채굴이라고 하는 암호화폐 발행 과정이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암호화폐는 거래소에 바로 등록되어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암호화폐를 받아도 거래를 못하게 하면 아무도 블록체인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서 자연히 블록체인 산업은 고사된다. 한 회사 내의 블록체인 거래 등 폐쇄형(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블록체인을 만드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면 되므로 암호화폐 없이도 블록체인이 가동되겠지만 이는 제한적인 경우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이 육성되면 국제송금 무역결제 등에서 시간 단축과 비용 감소로 거래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져 무역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 R3라고 하는 블록체인 회사는 100여 개 세계 금융회사들을 회원으로 한 국제송금 시스템을 개발하고 결제에 암호화폐 리플을 사용할 것이라고 해 지난해 리플 가격 폭등을 초래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해운사 머스크는 IBM과 협력해 글로벌 물류 블록체인과 그에 사용될 암호화폐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거래소를 폐쇄하면 한국 투자자들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어 엄청난 외화유출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영란은행은 암화화폐를 사용할 경우 거래비용의 획기적인 감축으로 국내총생산(GDP)이 3%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암호화폐가 화폐인지 상품인지 실체 규명을 먼저 하고 그를 토대로 일본처럼 해킹 방지 시설, 고객 신원확인 시스템,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춘 우량한 거래소만 거래를 하도록 하는 등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건전한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무조건 금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블록체인 산업도 고사시켜 한국을 4차 산업혁명에서 낙오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범죄행위는 근절하되 투자와 거래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해 투자자도 보호하고 4차 산업혁명도 차질 없이 추진하는 전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암호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이 엔젤 투자자나 벤처캐피탈 회사들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것과 유사한 행위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으로 암호화폐로 투자를 받는다는 점만 다르다. 원금 보장이나 수익을 내주겠다고 약속하고 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다.

 

이를 규제하면 벤처기업 창업 생태계만 악화되어 4차 산업혁명 추진만 저해된다.  금지보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암호화폐 공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등 공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성년자의 암호화폐 거래 금지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부작용을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문화에 익숙해진 디지털 원주민인 10~20대를 디지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이주민인 50~60대의 잣대로 재단하면 한국에서는 제2, 제3의 비털릭 부터린(이더리움 창시자)이 나오지 말라는 것과 같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 등이 20대에 억만장자 대열에 오르면서 수많은 청년들이 몰려들면서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중국도 알리바바의 마윈 신드롬으로 수많은 마윈 베이비들이 탄생하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스타들이 나오도록 송도밸리도 만들고 판교밸리도 활성화시키는 등 오히려 성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선 개발 선 투자한 혁신적인 기업가들에 대한 보상에 인색한 국가는 혁신 국가가 될 수 없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부모의 동의하에 계좌를 개설하는 정도로 규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암호화폐는 오히려 부패 방지에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 글로벌 무역에서 막대한 금은보화를 축적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피렌체 상인들이 금은 보관 증서를 유통하며 시작된 은행업은 다시 은행들이 보관한 금 중 지급준비금만 보관하고 더 많은 증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경유착의 부패 고리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부의 축적 과정은 현대의 금융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관치금융이 심한 나라일수록 언제나 정경유착의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거대 금융그룹의 과도한 탐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위기를 초래해 세계 경제를 강타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는 이러한 관치금융과 정경유착 부패의 고리인 금융업의 중개가 필요 없는, 블록체인이라는 신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쌍방 거래여서 관치금융과 정경유착 부패 문제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의 출현이 경제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새로운 부를 창출함은 물론 많은 사람들을 중앙화된 엘리트 중심의 금융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전망이다. 암호화폐가 범죄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객신원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강화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암호화폐는 금융포용의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국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25억 명 정도의 인류는 아직도 은행계정을 갖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이들은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금융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도 상당수는 모바일폰은 가지고 있다. 금융제도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25억 인류들에게 단순히 모바일폰을 통해 비트코인을 전송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 30만 명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의 한 아트그룹이 금융계정이 없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모바일폰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해 그들의 교육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데 약 5만 명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전 세계 수십억의 인류를 디지털화되고 탈 중앙화된 첨단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키는 새로운 사회조직 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등 날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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