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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워치]화폐보다 투자자산 성격 짙다

  • 2018.02.02(금) 10:32

[가상화폐 정의]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투자를 '미래 위한 준비'로 포장 말아야"
"기대 수익뿐 아니라 위험구조도 고려를"

"비트코인(Bitcoin)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디지털 통화로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비트코인의 거래는 개인 간(P2P) 기반 분산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이루어지며 공개 키 암호 방식 기반으로 거래를 수행한다. 비트코인은 공개성을 가진다. 비트코인은 지갑 파일의 형태로 저장되는데 지갑 파일에는 각각의 고유 주소가 부여돼 그 주소를 기반으로 비트코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비트코인은 1998년 웨이따이가 사이버펑크 메일링 리스트에 올린 암호통화(cryptocurrency)란 구상을 최초로 구현한 것 중의 하나다"

 

우리가 매우 흔히 접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또는 전자 지급 결제 시스템으로 태어났고, 비트코인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큰 저항감 없이 가상화폐, 가상통화,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비트코인이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난 '탈중앙 집권적'인 화폐이기 때문이다. 즉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코인들은 지급 결제의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

 

"사셨어요? 언제 얼마에 사셨어요? 엄청 올랐던데, 나도 사야 하나? 축하해요."

 

필자가 금융사에서 진행한 4차 산업혁명 강의 전 맨 앞 열에 앉아 있던 직원들이 하던 대화다. 컨텍스트 없이 들어보면 변동성 높은 금융자산의 가격이 급등하자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강의가 비트코인에 대한 강의였기에, 그들의 대화 주제도 비트코인이었다. 만약 가상화폐가 그 태생적 목적에 충실하여 진정 화폐로 쓰이고 있다면 위 대화에서 우리는 위화감을 느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원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1000원의 가치는 약 0.9 달러의 가치와 동등하다. 그러나 이러한 동등한 가치가 원화를 화폐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그들은 1000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만약 1000원의 가치가 10% 올라 0.99달러가 된다 하더라도 원화를 화폐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원화에 대한 투자가 급등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이용자들의 대부분의 자산이 원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환 트레이더나 운용인력처럼 화폐에 투자하는 개인 및 기관도 존재하지만, 이들은 화폐를 교환수단(medium of exchange)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원화의 이용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가상화폐들의 거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들의 이용자들은 가상화폐라는 '화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라는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식하는 주장은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투자 행위'에 화폐를 소유한다는 '경제활동'의 프레임을 덧대어 투자 행위에 관련된 투기 성향을 은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사실 누군가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화폐를 화폐로 이용하건 투자자산으로 이용하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한다. 이에 필자는 가상화폐의 사용 방식은 크게 잠재적 규제 방안과 가상화폐 구매에 대한 인식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첫째, 영리목적의 투자가 이뤄지고 자본이득이 발생하면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화폐의 가치가 (원화 기준으로) 상승했다고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가상화폐의 규제가 화폐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금이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혹은 증권과 같은 금융자산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정책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둘째, 혹자는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이유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미래에 도래할 전자화폐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등을 이야기한다. 만약 정말로 미래를 대비해 미리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것이라면 미래시대가 도래한 후 구매해도 늦지 않다.

 

현재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매 목적이 전자화폐보다는 투자 목적이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은 투자자의 개인적 수준에서 그리고 경제 전체의 거시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가상통화를 투자로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은 투자에 대한 위험을 고려할 것이다. 실제로는 투자 행위를 하면서 그 행위를 투자가 아닌 '미래사회에 대한 준비'처럼 포장하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가상통화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전자화폐로 만들어졌으나 현재 이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해 보았을 때 화폐보다는 투자자산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가상통화를 구매할 때 이를 투자로 생각하고 기대수익뿐 아니라 위험 구조 또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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