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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국 계산대서 좌절한 사연

  • 2018.02.20(화) 10:53

[2018 차이나워치]⑫좌충우돌 취재기

▲ 중국 상하이 푸동지역 스카이 라인 [사진=김혜실 기자]
 
중국 문화가 낯설기만 한 상태에서 얼마전 상하이로 취재갔을 때의 일이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예정된 인터뷰를 진행하고 여러 곳을 방문하다 보니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현지 일행과 함께 적당한 식당을 골라 들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는다. 

'이 식당은 서비스가 떨어지나, 바쁜 일이 있나, 왜 주문도 받지 않지'라고 생각하며 "이 식당은 장사할 생각이 없나 봐요"라고 일행에게 한 마디를 건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지금 주문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황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상하이에 있는 상당수 식당은 식탁에 비치된 QR코드를 찍어 모바일로 주문하고 식사 후 모바일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단다. 그제서야 '중국 거지들도 모바일페이로 동냥한다'던 기사가 생각났다. 
 
이윽고 아차 싶어 일행에게 QR코드 주문 방법을 배우고 많이 통용된다는 위챗 앱까지 깔았다. 오늘 일행과 헤어지면 앞으로는 혼자 돌아다니고 식사를 해결해야 하니 말이다. 

식사후 일행과 헤어진 뒤 늦은 밤까지 취재가 이어졌다.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출출한 생각에 한국에서도 익숙했던 한 햄버거 매장으로 들어갔다. 페이 결제 이외에는 안된다는 종업원의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알아듣곤 자신있게 좀전 깔아 둔 앱을 실행했다. 

배운 대로 앱에서 QR코드 스캔을 하는 순간 매장 안내만 나올 뿐 주문단계로 진행되지 않았다. 또다시 당황했다. 종업원을 붙잡고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도움을 청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현금결제를 허용해줬다. 
 
숙소로 돌아와 눈물의 햄버거를 먹으며 고민을 시작했다. 당장 내일은 어떻게 끼니를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중국은 모바일페이가 대형업체뿐 아니라 소규모 업체와 노점상까지 보급돼 일반화돼 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산간지역까지 모바일 결제가 일반화됐다. 세금납부와 각종 결제, 결혼식 축의금까지도 QR코드를 찍어 모바일페이로 보낼 정도다.
 
하지만 단순히 앱을 다운로드 받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휴대폰이나 유심칩을 이용해 로컬 번호를 부여받아 인증을 받고 현지 은행 계좌를 만들어 연동시켜야 모바일페이가 가능하다. 한국에선 페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도 별문제 없었는데 중국에선 페이 문화를 모르면 생활이 안될 정도라는 걸 실감했다.
 
▲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식품 매장 허마센셩(盒马鲜生) 계산대 [사진=김혜실 기자]
 

비단 식당뿐 아니다. 익일 방문했던 알리바바 운영 식품점 허마센셩(盒马鲜生)에선 계산대에 아예 종업원이 없다. 온전히 모바일결제인 알리페이로만 운영되는 매장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고른 고객들은 계산대에서 스스로 바코드 및 QR코드를 찍고 계산하고 있었다. 모바일페이가 불가능한 기자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매장을 나와야 했다.

 
5년 전 중국을 방문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국을 너무 모르고 달려든 느낌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도 중국 베이징 서민식당에서 알리페이를 체험하고는 중국의 발전상에 감탄했다고 한다.
 
ICT 분야에서 유선 네트워크를 건너뛰고 무선 네트워크를 발전시켰던 중국. 이젠 스마트 디바이스뿐 아니라 각종 융합 서비스에서도 앞장서고 있음을 뼈져리게 실감한 순간이다. 더 큰 걱정은 중국의 발전속도가 자국내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닌데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한국에서도 결제 시스템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 자본과 기술력으로 한국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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