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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War)킹맘 재테크]이미 태어난 것을…

  • 2018.03.02(금) 16:55

(30)Part3. 부동산: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2018년 3월 2일.
다시 태어난다면 꼭 남자로 태어날 거다. 지금이 불행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여자라서 내 남편을 만나고, 내 딸을 낳아 예쁘게 키우고 있어 지금 행복하다. 하지만 남자로 태어났다면 더 큰 꿈을 펼치고, 지금보다 더 잘 살았을 것만 같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줄 아느냐 반문하는 사람도 많다. 맞다. 예전보다야 여자가 살기 좋아진 세상임은 틀림없다.

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당시 '아들과 딸'이라는 주말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였다.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김희애와 최수종이 이란성 쌍둥이 역인 주인공을 맡았다. 남아선호 사상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집안에서 어머니는 아들인 최수종만 챙기고, 딸인 김희애는 공부하는 것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김희애는 집에 바라는 것이 없다. 다만 자신 스스로 하는 일에 어깃장만은 놓지 말아 달라는 것이 그녀의 한가지 바람이다. 능력이 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일만 해야 했던 그 시대 여성의 삶을 대변했었다.

초등학교 1학년, 8살짜리가 뭘 알고 뭘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김희애를 보면서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나는 불운한 시대에 태어난 여성이 아니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오히려 다정다감한 딸 가진 부모가 부러움을 사는 세상이 됐다.

우리 부모님 역시 딸과 아들의 구분 없이 키우셨다. 없는 살림에 오히려 학원을 보내도 나를 더 많이 보내셨고 나를 더 많이 가르치셨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실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맞춰가라고 할 만도 한데 인생에서 일 년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재수를 권하셨다.

사회에 나가는 과정에서, 사회에 나가서, 결혼을 해서도 여자라서 내가 억울함에 눈물 흘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해서는 정치외교학 수업을 듣고 정치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내가 정치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용기가 생겨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 모르는 어린 딸의 비현실적인 말 한마디에 아버지는 한치의 놀람과 망설임 없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일들을 말씀해주셨다.

이처럼 나의 부모님은 여자로서 사회생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려주지 않으셨다. 열심히 하면 된다고, 넌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이것이 매우 감사하면서도, 내가 더 준비하지 못했던 이유라 생각한다.

현실을 알았더라면 엄마로서 삶을 살면서 지키기 쉬운 일을 택했거나, 더 강한 마음으로 노력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을 거다.

'내가 남자로 태어난다면….'이라고 상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만약 내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고 일만 했다면….' 이 역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이번 생에서만큼은 돌리고 싶지 않은 일이다. 완전히 나의 삶을 '재건축'할 수 없다면,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만들기 위해 내 삶을 '리모델링'할 수밖에 없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딸 아이가 최근 어린이집에서 배워 온 노래다. 전래 동요인데 2018년을 사는 우리 역시 공감할 수 있는 듣기 좋은 가사다. 우리의 꿈과 소망을 담았으니 말이다.

더는 새로운 땅이 없는 비좁은 한국에서는 기존에 사는 집을 새집으로 다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주택을 신축하는 것이 재개발과 재건축이다.

다만 재개발은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에 도로,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새로 정비하고 주택을 신축함으로써 주거환경 및 도시경관을 재정비하는 사업으로 공공사업의 성격이 크다. 반면 재건축은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 건물 소유주들이 조합을 구성해서 노후주택을 헐고 새로 짓는 것으로 민간주택사업의 성격이 짙다.

오늘은 재개발로 통칭해 설명하겠다. 재개발되는 지역 안에 집이나 땅을 가지고 있으면 조합원 자격을 얻는다. 조합원은 새로 지은 아파트를 일반인들보다 싸게 살 수 있어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투자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조합원 각자가 가진 대지지분에 맞게 분양권을 싼 가격에 받고 남는 아파트를 일반인에게 분양해 충당한다. 하지만 무조건 지분이 있다고 공짜로 분양권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주택과 대지의 감정가에 비례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을 권리 가액이라고 하는데, 조합원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차액을 추가부담금으로 지불해야 하므로 분담금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향후 시세차익을 가늠해보는 것이 좋다.

용적률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현재 내가 가진 대지지분과 용적률, 개발 가능한 최대 용적률을 비교해야 한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인데 용적률이 클수록 높이 지을 수 있어 세대수도 늘어나 투자 가치가 높아진다. 용적률은 용도지역에 따라 달라지는데 3종 주거지역은 300%, 2종 주거지역은 250%까지 가능하므로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세대수를 예상해볼 수 있다.


될 듯 말 듯 제자리걸음


서울특별시 정비사업 통계에 따르면 재개발과 재건축 구역이 지정되고 완료되는 데는 평균 10~11년 정도 소요된다. 구역지정에서 사업시행인가까지 2.8년,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2.3년, 착공까지 1.9년, 준공까지 3.6년이 걸린다고 하니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이다.

많은 시세차익을 노리려면 초기에 투자하는 것이 좋지만, 불확실성이 수반되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묻어둔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러할 수 있나. 돈 앞에서는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어서면서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해 구조 안전성 비중을 50%로 주거환경을 15%로 축소했다. 설비 노후도와 비용분석은 각각 25%, 10%다. 지금까지는 주거환경 비중이 40%로 높아 건축물 자체에 결함이 없어도 건물이 낡으면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물리적으로 심각한 하자가 없으면 재건축 승인이 어렵게 됐다.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평균 3000만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이익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도'도 부활해 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허용 연한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충분한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재개발과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는 단지도 많다. 리모델링은 15년 이상 지난 건축물에 대해 노후화 억제와 기능개선을 위해 전면 철거 대신 철골보강이나 설계변경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용적률이 낮지 않아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거나, 조합원의 건축비 부담이 큰 경우에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단지를 조성해 단지를 정비할 수도 있다. 분당을 포함한 1기 신도시 단지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택한 것도 사업성과 합리적인 비용 때문이다.

골조를 유지한 채로 수직증축을 통해 가구 수를 최대 15%까지 늘릴 수 있어 추가 수익으로 분담금을 낮출 수도 있다. 또 수평증축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늘리거나, 기존 세대의 주거 면적을 늘릴 수도 있다.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은 새로운 아파트가 설 자리가 없다. 조금은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재개발과 재건축, 리모델링이 아니라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 투자자들이 관심을 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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