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IBK투자증권, 한양증권 등은 새로운 사장이 선임되면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신임 CEO 5인의 주요 경력과 특성을 볼 때 증권업계가 새로운 이익 창출과 발로 뛰는 영업을 강조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 정통 증권맨 프리미엄…IB 경력은 '왕좌'
과거에는 증권회사 입사가 아니거나 증권을 모르더라도, 그룹사 인사 발령을 통해 증권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 극단적으로는 건설업종, 조선업종, IT 중소기업 출신이 증권사 CEO에 오르기도 했다.
증권사 출신 CEO일지라도 리서치센터, 경영본부 등 다양한 경력이 눈에 띄었다. 특히 승진의 지름길이라는 기획이나 재무를 경험한 경영본부 출신들이 대거 대표자리를 맡았다. 3~4년 전에는 증권업계가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면서 영업통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증권업계 중심이 WM에서 투자은행(IB)으로 옮겨오면서 증권사 CEO 역시 IB에 특화된 정통 증권맨이 적합해졌다는 평가다. 이번에 연임을 확정한 CEO 중에서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 주익수 하이투자증권 대표 등이 IB 전문가로 꼽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신임 대표는 NH투자증권 IB 사업부 대표와 부사장을 역임한 내부 출신 사장이다. 대우증권에 입사해 기업공개부장, 주식인수부장 등을 거치며 IB 경력을 쌓아왔고, NH투자증권 합병 전에도 우리투자증권에서 IB 사업부 대표를 맡았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는 IBK기업은행 출신으로 증권맨은 아니지만, 은행 IB 그룹 부행장까지 역임했을 정도로 전문가로 꼽힌다. 김 대표는 은행에서 쌓아 온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증권 IB 업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한 정통 증권맨으로 굿모닝증권 재직 시절에 기업금융부장을 맡으며 IB 업무를 경험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와 이현 키움증권 대표는 은행, 생명, 운용 등 금융 계열을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로서 IB 업무를 특화할 방안을 구상 중이다.
◇ 발로 뛰어야 살아남는다
신임 CEO들은 과거 경력을 살려서, 혹은 부족한 경험을 자신의 강점으로 채우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증권사 대표가 책상 앞에 앉아서는 더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영규 대표는 은행 출신 영업맨답게 휴대전화에 5만5000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고, 관여하는 단체만 350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IB 업무를 강화하면 승산 있다는 판단으로 직접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겠다는 포부를 피력하기도 했다.
정영채 대표 역시 사장실을 오픈하고 직원들과 함께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모든 임원과 개인 일정을 공유하고, 누구든지 일정이 없는 시간에 사장실에 오면 대화할 수 있도록 해 소통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구성훈 대표도 보험사 영업 경험과 운용사에서의 자금 운용 경험을 살려 내외부 소통을 중시하고 나섰다. 경제학박사로 금융 전반의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데다 소탈한 성격으로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기로 알려졌다.